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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회> 촌스러움의 미학(美學)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8/11/27 [16:17]
▲ 하송 시인    

`촌스런 축제`
우연히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울컥~ 하며 정다움이 밀려왔습니다. 대부분 화려하고 예쁜 것에 눈이 가고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촌스러운 것에 더 정이 가고 시선이 오래 머물곤 합니다. 그림이나 사진도 대도시의 화려한 모습보다 초가집과 고즈넉한 시골풍경에 마음을 뺏깁니다.

 

아마도 내면 깊은 곳까지 촌스러움으로 똘똘 뭉쳐있어서인 듯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입맛입니다. 고급 레스토랑 보다 구석 허름한 밥집의 시골 밥상이 좋고 느끼한 스파게티 보다 담백한 국수가 더 입맛을 돋웁니다. `할머니 입맛`이라는 놀림을 자주 받으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낸 추억에 젖곤 합니다. 어린 시절 깊은 산골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월남전에 참전했던 삼촌이 돌아오셨습니다. 삼촌의 손에는 온통 나한테 줄 선물로 가득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초콜릿과 껌을 주자 아이들이 함께 놀자며 줄을 섰습니다.

 

장화와 책가방은 나를 시골에서 제일가는 멋쟁이 아이로 변신 시켜 놓았습니다. 친구들은 책보에 교과서를 돌돌 말아서 허리에 둘렀는데, 내 등에서는 예쁜 공주가 웃는 빨간 가방이 춤을 췄습니다. 비 오는 날 검정 고무신을 철벅거리며 논두렁길과 산길을 걷는 친구들 속에서 내 노란 장화는 유난히 반짝거렸습니다. 급기야 욕심이 많은 한 아이의 주동으로 따돌림을 당하며 책보를 허리에 두르고 고무신을 신은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에 부모님이 계시는 도시로 전학을 갔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보기에 새카만 얼굴에 시골 사투리를 쓰는 전입생이 무척 촌스럽게 보였나봅니다.

 

쉬는 시간마다 말을 시키면서 재미있어했습니다. 도시 아이들 속에서 내성적인 시골아이는 점점 안으로 움츠러들기만 했습니다. `또래` 관계에 민감한 시기에 반 아이들과 친구로서 어울리며 적응해 가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시골 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예전 학교에서의 일입니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현장학습을 갔습니다. 버스가 캄캄한 터널에 진입하자 아이들이 목청을 높여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그 때 한 교사가 말했습니다.


"아이, 촌놈들 귀여워~!"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습니다. 이 말을 학생에게 전해들은 학부모가 교장선생님께 강하게 항의를 한 것입니다. 결국 해당교사가 학부모에게 사과를 함으로써 일단락 됐지만 그 뒤로 학교에서 `촌놈`이나 `촌스럽다`는 말은 금기어가 되었습니다. 해당 교사 역시 시골출신으로 구수하게 사투리를 구사하며, 돌봄이 필요한 결손가정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안아주며 엄마 역할까지 하는 따뜻한 교사였습니다.

 

그런데 `촌놈`이라는 말 한 마디로 시골 아이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나쁜 교사로 몰리게 된 것입니다. 일요일 낮에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이 있습니다. 서민들의 사는 이야기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고 사회자의 구수한 유머와 따뜻한 정이 미소를 절로 불러옵니다. 얼마 전 녹화현장을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인근 지역에서 녹화가 실시된다는 예고를 접하고는 `국민오빠`인 사회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92세의 작은 체구의 사회자는 전국을 누비는 야외녹화로 얼굴이 새까맸습니다.

 

하지만 젊고 잘생긴 연예인보다 더욱 밝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박자를 잘 못 맞추는 사람에겐 박자를 카운트 해주고, 연세 많으신 어르신과는 구성진 전통가요를 함께 불러줬습니다. 녹화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흥을 북돋우며 출연자와 관람객 모두를 배려하며 챙기셨습니다. 녹화는 한 낮에 야외에서 진행됐습니다. 강한 햇살로 얼굴이 벌겋게 달궈진 남편과 두 아들 역시 환한 미소로 `오길 참 잘했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정한 사람냄새는 막사발이나 옹기항아리처럼 투박하고 촌스러움 속에 담겨있다는 것이 절감됩니다. 사람의 취향이나 성품은 각자 다릅니다. 도회적이고 고급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목가적이고 소박한 자연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려하면 행복하고, 촌스럽다고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겉모습뿐인 세련됨보다는 내적으로 성숙한 촌스러움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을 보면 역시 어쩔 수 없이 확실한 `촌사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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