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저승꽃
 
김완수 시인   기사입력  2018/11/28 [18:14]

 어머니의 죽은 꽃자리에서 꽃이 피어났다
맨살의 상처가 말문을 열었는지
꽃에선 까칠한 냄새가 났다
나무가 외따로운 곳에 뿌리내렸으니
봉오리는 향기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뿌리가 어둠의 가슴을 짚은 손이라면
꽃은 뿌리가 깊은 데서 길어 올린 말
꽃은 나무의 아픔을 뜻하고
말은 가슴에서 나온다는 것을
나는 옛 꽃이 지기 전에 알았어야 했다
나무가 생소한 말을 시작했을 때
꽃말도 멋쩍어 진작 떨어졌겠지

 

새 꽃에 검은 이름이 오르내리나
나는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한다
숭고한 것은 속된 이름을 뒤집어쓰는 법
이제 내 아침은


어머니가 밤마다 몰래 피운 꽃을
맨정신으로 맞이할 수 있다

 

핏기없는 겨울날인데도
꽃은 시들 줄 모르고 피어난다

 


 

 

▲ 김완수 시인    

사람은 세월의 흐름을 체감하는 일에도 이기적일까? 나만 나이를 먹는지 알았더니 어머니는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늙어 가고 계셨다. 그렇게 나만 바라보고 살던 때에 문득 어머니의 손등에 피어난 저승꽃(검버섯)을 본 순간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불효하는 데 대한 뒤늦은 후회와 부끄럼이 들었다. 어머니의 검버섯은 젊음의 꽃자리에서 새로 피어난 꽃이었다. 저승꽃의 꽃말은 희생일까? 인내일까? 어머니가 몰래 피운 꽃이라 하나 이제는 어머니의 새 꽃을 나보다 더 오래고 진득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11/28 [18:14]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