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옛 말이 있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사자성어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누군가의 지능이나 똑똑함을 표현하는 장면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위인전에 나오는 옛 선현들의 어린 시절 총명함을 이야기할 때면 빠짐없이 나타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도 학습 능력이 뛰어나거나 매사에 야무진 아이를 지칭할 때 종종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무척이나 흐뭇해하고 기분좋아한다. 하지만 이 말이 아이들의 행동이나 태도와 관련되어 사용하게 되면 극과 극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흔히 말하는 모범어린이, 또는 선행(善行)어린이로 상을 받고 난 후에 듣는 이 말은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그야말로 인격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만큼 바람직한 인성이 구비되었음을 뜻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말 `나쁜` 어린이(또는 청소년)로 부정적인 결과로 해석되어 버리게 된다.
논리학은 종종 따분하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때로는 사람들끼리의 논쟁이나 토론 상황에서 `회심의 카드`로 종종 논리학적인 용어들을 사용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논리학적 용어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꼽을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가령,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한 두 사람만 만난 후 그 사람들의 특징만으로 해당 지역 전체 사람들을 단정지어 버리는 잘못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옛 말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한 가지 사안만으로 전체의 결과로 확대 해석해 버리거나 단정을 짓는 논리적인 오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에 좀 더 깊이 있는 판단과 신중한 발언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번 새로운 갈등, 또는 대립의 증폭이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3대 분야 9개 과제가 생활적폐로 발표되었다.
특히 그동안 교육 분야에 대해 말을 아끼던 대통령도 이날만큼은 3대 분야 중 `출발선의 불평등`으로 사립유치원 비리와 학사비리를 직접 거론하며, "절대 부패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르쳐도 고치지 않으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다산 정약용의 말까지 인용했다. 전임 교육감의 부정과 비리에 한숨을 쉬어야만 했던 울산 교육계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이야기는 교육부패비리 처벌 강화를 내세우는 교육감의 공약과도 일치하기에 당연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병원 비리는 `요양 병원비리`로, 건축 분야는 `재건축 재개발 비리`로 특정하면서 유독 교육 분야는 `학사비리`라는 포괄적 용어로 뭉뚱그려 표현된다. 학사비리를 용납할 교원은 아무도 없다. 학사비리가 당연히 엄단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교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언론에 거론되는 모 여고 학생부 조작이나 내신 비리 등은 대부분 일부 사립학교에서 나타난 문제일 뿐이다. 동시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교육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사실이다. 때문에 문제의 근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에는 눈을 감아 버리고, 교원 전체를 학사비리의 주범인 듯 몰아버리는 것은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연출할 뿐이다. 일부 사립학교의 문제를 전체 교원들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지, 좀 더 깊이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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