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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바람 경제학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학교 국제무역 경제학부 겸임 교수   기사입력  2018/11/29 [17:23]
▲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학교 국제무역 경제학부 겸임 교수    

커플댄스를 배운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서툴다. 순서를 잊어버리기 일쑤고, 걸핏하면 상대방의 발을 밟고 균형을 잃어 넘어질 뻔 한다. 춤의 미숙으로 생길 수 있는 몸의 불균형은 넘어지는 것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커플댄스에서 성비, 숙련기간, 여유 시간 등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춤바람은 어찌 균형 잡아야 할런지. 춤바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던 이십여 년 전, 선원가족이 많이 살던 항구도시에서 살았다. 경찰까지 나서서 불법 교섭소와 카바레를 단속하여 춤을 배우는 사람들을 굴비처럼 엮어갔다. 시장바구니로 얼굴을 가리는 주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심심찮게 기사화되었던 시절이었다. 춤바람이 가정 파탄과 미풍양속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정부가 나서서 단속 할수록  심각해져 갔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경제성(經濟性)과 가성비(價性費)가 최고인 여가를 즐기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주민자치센터나 복지관에서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춤바람에 대한 사회인식도 사고방식도 많이 변했다. 춤은 남녀가 함께해야만 할 수 있는 커플댄스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라인댄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춤바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커플댄스일 것이다. 커플댄스는 남녀가 서로에게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가 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춤바람의 원인이 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여자가 많고 춤을 배울 여유시간을 가진 쪽도 여자가 많다. 요즘은 남자역할을 하는 여자가 많아 균형을 잡아 주지만 음양의 조화가 없어 재미가 없단다.

 

그러니 조화롭지 못한 균형은 깨어져 언제 다시 춤바람을 불러올지 모를 일이다. 마치 정부가 나서서 춤바람을 단속하자 더욱 세차게 불듯이. 요즘은 배울 수 있는 춤이 다양하지만 이십여 년 전에 춤바람으로 사회문제가 되었던 시대에 유행하던 춤은 지르박과 블루스가 대종을 이루었다. 두 춤의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 즉 경제학적으로 생산기간도 여자에 비해 남자는 서너 배다. 이로 인하여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모자란다. 커플댄스 시장이 수요와 공급이 무한대인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시장에서 가격에 의하여 균형을 형성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인하여 음성적인 시장만이 존재하는 불완전경쟁시장이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구조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공급자는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히 춤을 배운 남자는 여자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커플댄스는 기초지식을 습득하고도 소위 `나라시`라는 숙련의 기간이 필요하다. 숙련의 수요와 공급도 마찬가지다. 초과 수요와 공급의 부족은 숙련에 더욱 심하다. 춤은 공산품과 달리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숙련은 남성 공급자의 리드하는 능력에 따라 성취도와 만족도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자연 우수한 공급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요자 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우수한 공급자 확보를 위한 뒷거래가 횡횡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대접, 향응, 용돈에 양복 선물까지, 더욱 진화하면 미투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갑질을 넘어 남녀 간의 애정 문제로 까지 확대되어 생긴 것 같다. 공급자의 권력과 업무상 우위에 있어 성적인 농락을 당하고도 말 못하다 `나도 춤 때문에 희롱 당했다`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것이 요즘의 말로 `미투`다. 미투는 갑이 남자이고 을이 여자인 갑질의 변형된 형태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 시대의 분위기에서 미투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했다. 

 

 이십여 년 간 잠자던 춤바람이 근래에 `갑질`과 `미투`라는 변형된 형태로 부활한 것 같다. 춤바람과 갑질, 미투 모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발생된다. 이들 시장이 모두 완전경쟁시장이라면 가격에 의하여 균형을 맞출 수라도 있지 모두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독과점 상태에 있는 불완전경쟁시장이니 말이다. 이래저래 춤바람을 경제학으로 접근하기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경제란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다. 춤은 삶에 활력소라는 긍정적인 요소를 생산하는 무형의 재화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한다. 이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춤바람도 하나의 경제 현상이기에 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 춤바람 경제학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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