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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다
 
김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8/12/09 [17:45]
▲ 김순희 수필가    

이른 새벽, 정박해 있는 배를 비추는 빛이 있다. 장생포 바다 앞을 온통 빛으로 수  놓는다. 빛은 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고, 그 빛은 마치 불바다처럼 보인다. 아직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채 배는 몇 시간 째 빛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아침마다 그 빛 따라 아산로를 지난다. 아직 어두운 새벽 도로 위를 빛과 바다 그리고 나, 함께 달린다. 곧 빛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또 다른 오늘이라는 하루가 시작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새벽 바다. 그곳에서 오늘, 참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새벽이란 어떤 존재일까. 인생으로 말한다면 아마 첫 출발을 알리는 것이겠고,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첫 단계를 밝는 순간, 이라고 말한다. 난 그 첫 출발과 첫 단계를 어떻게 맞이하여 지금까지 왔을까를 생각해 본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희망이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다. 새벽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행복하다.

 

마치 어두운 배경의 캔버스 위에 일렁이는 바다만을 한없이 비추고 있는 한 줄기 빛의 고정이 그림의 한 폭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인생의 첫 출발, 첫 단계를 밝아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가벼워진다. 삶을 이야기 하면서 흔히 백세시대라 한다. 아직 절반도 못다 한 삶을 살았다. 충분히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 마음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하나 쉽게 하려 하지 않는다. 문득 그런 나를 발견하고 보니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와서 그런가, 내 삶의 발자취를 한번 들여다 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들이 든다. 생활이 어렵고, 마음이 힘들다보니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표정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억지로 웃어보려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도 보고, 따라 웃기도 하고, 잠깐 잠깐 일하면서도 남들이 보지 않게 살짝 입 꼬리를 올려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기도 한다. 일상이 되어 간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자꾸만 조급해 하는 나를 다독이기도 한다. 아침이면 바다 위의 배들이 활기차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를 항해한다. 나 역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만나야 한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삶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라고 말을 한다. 가끔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아야 한다. 나의 인생설계 첫 다짐은 후회하지 않은 삶이다. 뒤돌아 봤을 때, 그때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함을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다.

 

지금 나를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들 몇 가지는 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삶이다. 새벽 바다를 보면서 다시 첫 출발을 다짐해 본다. 가야할 길이 더 많이 아주 길게 남았다. 남들 앞에 스스로 잘 살아 왔노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본다. 장생포 앞바다 즐비한 배들 위로 아름다운 빛들이 가득하다.곧 아침이 되면 그 빛을 실고 동해 바다로 나아갈 배들처럼 나도 더 넓은 내일이라는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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