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주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경제난으로 청년실업이 가중돼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폭락한 점, 둘째, 김정은 서울 답방 무산과 북ㆍ미 간 실무회담을 거부하면서 김정은 및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실망감, 셋째, 권력 핵심부 비리 폭로전(김태우 수사관의 특별감찰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미꾸라지 게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외에도 잡다한 요인은 수두룩하다.
청와대에서 민간 정보수집은 金수사관 개인 일탈행위이고 상부 지시 없었다지만 과연 청와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폭로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청와대가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골든크로스(golden cross)나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원래 주식시장 경제용어지만 정치에서 지지율 변화의 극적인 전기를 의미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지지율 상승의 전환점은 골든크로스,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전환점은 데드크로스다.
선거 때면 2, 3위권 후보들이 `1위와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골든크로스가 곧 발생할 것`이라는 말을 흔히 쓰곤 한다.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뒤바뀌면 데드크로스라 칭한다. 주식시장에서 생긴 용어가 이처럼 일상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많다. `상한가ㆍ하한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 동향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인 골든크로스(golden cross)와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J E 그랜빌이라는 미국의 주식 분석가가 처음 고안해 냈다. 골든크로스는 주가가 앞으로 강세로 전환한다는 신호로, 주식을 매입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데드크로스는 주가가 앞으로 약세로 전환하니 팔아야 할 시점이라는 신호다.
대통령의 추락은 지지율이 매우 높을 때 벌여놓은 일들이 나중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민주주의는 왜 붕괴하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는 지적한다. 경제를 옥죄는 문정부의 정책들이 결국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 그렇게 됐다는 논리를 접목하니 레비츠키의 이론에 수긍이 간다. 그 사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다.
41세의 젊고 잘생긴 마크롱은 트럼프와 악수하면서 손이 파랗게 되도록 세게 쥐어 예봉을 꺾은 무용담이 알려지고, 메르켈(獨), 메이(英)가 휘청거리는 틈을 비집고 유럽의 대표 정치인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마크롱의 지지율은 석 달 전만 해도 66%로 고공행진하여 별명이 `주퍼터(Jupiter)`였다.
그런 마크롱이 노란 조끼의 데모에 항복담화문을 발표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프랑스 시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유류세 인상은 한국으로 치면 20대 청년 실업과 저소득층의 생활고란 생각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원인도 역시나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가장 컸다. 이제라도 이것을 복원해야만 한다.
사실 역대 정권마다 취임 초 높았던 지지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빠지고 부정평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부분 데드크로스 현상이 임기 중반쯤에 나타났지만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한 달,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에 발생했다. 물론 데드크로스가 발생해도 다시 골든크로스로 회복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 지지율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새해에는 희망가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