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해 둔 울산지역 주요사업에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울산시는 국립 공공병원 설립과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신청해둔 상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 인프라 사업은 엄격한 선정 기준을 세워 광역별로 한 건 정도 우선순위를 정한 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하겠다"고 밝혔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따지지 않고 광역단체별로 한 건씩 허가 하겠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거나 국가 예산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들어가는 비용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따져 경제성이 떨어지면 사업을 허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따라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예타면제 신청사업 중 어느 한 쪽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광역별로 한 건씩`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과 공공병원 건립, 둘 다 예타 면제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 A씨는 "당초 예타면제 사업 2개를 동시에 신청한 것은 무리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 둘 중 어느 한 쪽에 `올인` 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2천 500억원과 8천 900억원이 각각 소요되는 대형 국비사업을 `대통령 대선공약`이란 이유로 무조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밀어 붙이기보다 어느 한 쪽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지난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둘 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는 게 최상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개인적으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택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지역 현안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질 때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시행될 정부의 `광역별 예타 면제`에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기존 정부안대로 고착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2012년 울산시가 정부에 제시한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은 경부고속도로 울주군 두동 미호 나들목에서 울산~포항 고속도로 범서 교차로를 지나 북구 강동권까지 연결되는 전장 25.3 ㎞의 도로건설 사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하는 한편 당초보다 10.8㎞ 단축된 `미호~북구 호계안`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북구 호계에서 강동까지의 연결 구간이 단절돼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울산시가 지난 대선 당시 각 대통령 후보 진영에 `원안 건설`을 제시했고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해 원안대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도 기존 입장을 바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조건으로 이전 정부의 `축소 안`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송 시장은 "정부가 예타 면제 조건으로 미호~호계안을 내 놓고 있으나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와 다시 접촉해 반드시 원안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광역별 예타 면제 한 件`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칫 이전 축소 안 그대로 예타를 면제 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공공병원 건립은 예타면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까지 `반쪽 짜리`로 전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번 달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에서 송 시장이 어느 정도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울산시가 신청한 예타면제 사업에 대한 승인 여부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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