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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구겨지는
 
송연숙 시인   기사입력  2019/01/15 [16:28]

단풍나무 아래엔
웬, 구깃구깃 구겨진 이파리들
저렇게나 많을까

 

종이와의 연대
나무의 유전자 속에는
종이의 습성이 들어 있다
이파리 물들다 말고 휙휙
구겨진 이파리들 파지인양 떨군다
숲은 온통 구겨지는 중이다
종이를 구기듯
찌푸린 이맛살 같은 파지들
팽팽하던 초록의 말들마다
끝자락들이 물들고
어깨를, 온 몸을 움츠리듯 구겨져 있다

 

스탠드 불빛도 없이
촛불은 더더욱 없이 자꾸 틀리는
바람의 구술(口述)을 받아 적다 말고
가을, 구겨지고 있다
구석으로 몰려 쌓여가는 파지들
단풍잎 들여다 보 듯
벌레 구멍
바람에 찢긴 문장들, 들여다본다

 

구겨지고 버려지는 것은
얼마나 힘이 센지
봄, 여름, 가을이 잎맥마다 들락거리고
또 구겨지다 보면
까짓것, 삭풍의 언덕쯤이야
벌레의 상처에도 쭉쭉 팔을 올리는
파지들의 힘

 

바람이 흘리는 휘파람마다
한 묶음의 파지들,
음표처럼 날아다닌다

 


 

 

▲ 송연숙 시인    

종이의 고향은 나무다. 그렇게 생각하면 떨어지는 낙엽은 시인이 글을 쓰다 버리는 파지가 아닐까? 파지(낙엽)의 힘으로 나무와 시인은 성장한다. 그러니 떨어져 구겨지고 바람에 찢긴다 해도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즐거운 휘파람을 부르며 이 겨울을 견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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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5 [16:2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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