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국립 공공병원 건립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될 것이라는 소식에 지역사회가 온통 들떠있다. 많은 사람들이 염원했지만 이 사업들은 지난 정부시절 될 듯 말 듯 ‘사탕발림’으로 끝났다. 그랬던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통 크게 해결하고 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투입되는 비용과 이후 이어질 실제 이익을 따지면 이 국비사업들이 예타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가예산 사업이란 게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듯 손익계산만 따질 순 없는 일 아닌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일정 지역에 특정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적지 않다.

울산 외곽순환도로를 제대로 건설하자면 8천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다보니 이전 정부는 4천억원 규모로 줄이는 축소안을 내 놨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도로 전체 길이가 반 토막으로 줄어 건설하나 마나다.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함께 2012년 당초 울산시가 제시한 원안대로 도로가 건설되게 된 것은 대단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에 국립 공공병원이 들어선다면 그 또한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울산시는 산재 母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울산이 산업도시인 만큼 근로자들이 산재사고를 당했을 때 이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대통령 대선 공약에까지 포함됐던 사업을 당시 정부가 차일피일 하는 바람에 空約으로 전락했다. 현 정부 들어 울산시는 의료혜택의 범위를 장애인과 일반 시민들까지 아우르는 종합병원 건립안을 주장했고 결국 이번에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好事多魔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호재들을 맞아 덤벙대다 이도저도 아닌 졸책사업으로 끝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언급이 그대로 실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 산재모 병원의 경우 전직 대통령들이 대선에 앞서 금방이라도 해결할 듯 했지만 결국 차일피일 여태껏 밀려오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공공병원 건립을 ‘예타 면제’라는 큰 테두리 속에 포함시키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못내 께름칙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할 때가 됐다.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이 예타 면제와 함께 원안대로 건설되는 계기를 마련하긴 했지만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신설돼야 효용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5년~10년 간 끌며 건설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북구 강동권 관광개발과 산업물류 이동에 이 도로가 절실한데 그렇게 장기간 지연되면 ‘버스 떠나고 손들기’나 마찬가지다.

북구 오토밸리 건설이 각 구간마다 장기간에 걸쳐  건설되는 바람에 도로개설에만 무려 10여년 걸린 경험이 있다. 국립 공공병원 예타면제도 지금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斷定할 게 아니라 정부 내 정책방향은 어떤지, 대통령의 공언이 정부로 넘어가 ‘허언’이 되는 건 아닌지 세심히 살피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