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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에세이>공통분모를 위하여
 
수필가 유서희   기사입력  2019/01/21 [19:44]

 

그녀에게서 신년 메시지가 왔다. 그녀를 잊고 있었는데 반가움이 앞섰다. 첫인상부터 왠지 끌리는 그녀였다. 답을 보내자 마음이 열리는 사람 같다며 만나서 차를 한 잔 하자고 했다. 나 역시 그녀에게 끌리던 차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9월 K시인을 초대해 시낭송 행사를 가졌던 목요시낭송회에서였다. 회원의 친구로 참석한 그녀와는 가볍게 눈인사만 나누었으나 느낌이 참 좋다고 생각했었다. 다음날 협회 밴드에 행사 사진이 올라왔을 때 그녀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하얀 블라우스에 목에 포인트를 살린 의상을 입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저 스치는 인연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으며 행사 때의 기억을 소스로 꺼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 뒤 또 다시 같은 커피숍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두 번의 우연이 이어지니 인연이가 싶었다. 그래서 시낭송 행사가 있으면 초대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 12월 말 목요시낭송회 초대장을 보냈을 때, 참석토록 애써보겠다는 답장이 왔으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새해 다음날 그녀에게서 신년 인사가 오면서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그녀와 만나는 날, 왠지 모를 흥분과 설렘이 일었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빨리 가던 시간은 거북이걸음보다 더 더디게 가는 듯 했다. 지난 번 우연히 만났던 그 커피숍에 먼저 도착 해 자리에 앉았다.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이런 기분을 가져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어떤 인사말을 나눌까. 연애하는 듯한 기분으로 그녀와의 만남을 생각하고 있을 때 흰색바지에 아이보리색의 롱코트를 입고 백목련 같은 모습의 그녀가 들어왔다. 둘이서 마주앉는 것이 처음인데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보아 왔던 사이처럼 친숙하고 자연스러웠다. 알고 보니 그 커피숍은 그녀의 집 근처였고 그 곳에서 35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2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과 지역의 연계성, 좋아한 것 등 우리는 공통분모가 많았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은 어쩌면 감성본능이 아닐까. 물건을 구입할 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충족될 때 구매를 결정하듯이 서로의 바램에 대한 채움이 있을 때 지속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감성코드가 닮은 사람을 원하고 긍정적인 사람을 원하는데 직설적이고 간단명료한 것을 지향하는 사람과의 긴 만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때 끌림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모임에서 “당신 참 끌림 있어”라는 말을 듣고 난 후 ‘끌림’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각인 되었다. 

끌림 자체가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묘한 매력의 단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며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끌림은 공통분모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끌림은 호기심이 되고 호기심은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들여다보게 됨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를 알게 되고 원리를 알게 되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한데 그 확신은 원리를 꿰뚫어 볼 때 생긴다고 한다. 공감을 위해선 확신을 가져야 하며 꿰뚫어 보기 위해선 공통분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감 가는 광고를 만드는 박정한 CD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위해 아는 현상이라도 다시 찬찬히 깊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10분의 법칙’을 제안했다. 어떤 여행 작가가 여행을 잘하는 방법의 하나로 여행지에서 1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처음에는 몹시 지루하다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전하게 그 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잘 알려진 ‘풀꽃’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이 보이고 오래 보아야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다. 

 

  다름은 호기심을 부른다. 주어진 공통분모를 찾아 퍼즐처럼 서로의 생각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 다름은 새로운 공통분모를 찾는데 열쇠가 될 것이다. 소통과 공감이 깃들어 있는 새로운 공통분모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해가 바뀐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해마다 보람된 시간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데 올 해는 특별한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한 해를 따뜻하게 걸어갈 나와의 약속 중 그 첫 번째 계획을 잡아 본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눈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토끼 귀처럼 쫑긋하게 귀를 세우자고. 함께 걸어갈 아름다운 공통분모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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