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건너온 판다의 울음 지-지, 왕자님의 잠투정은 대나무 잎을 물려야 사라질 것 같은데 물컹한 당신의 젖은 어디에 숨어있나요?
등산을 마치고 옥천으로 내려가는 길 좌석을 예매하지 못한 중국인 대가족이 대숲을 일궜다 대나무의 굵은 마디 한 칸은 일반실 한 칸 무궁화호는 8칸 일렬종대로 땅바닥에 앉아 시끌시끌, 중국인 엄마가 아기를 어르다 한국 할머니가 어르다 법석,
심중이 없는 대나무는 속없어 귀를 감는다
네 입은 언제부터 텅 빈 거니, 말로 채울 수 있을까 칸이 켜켜이 삼킨 소리가 올곧다
나는 닻별에 길들지 않은 꿈꾸는 열차 꽃 피우지 못하는 푸른 대나무 댓잎이 찔러서 멈칫 내 좌석을 내어주었을 뿐,
지-지 쿡쿠* 왕자님이 젖을 문다
지-지 쿡쿠는 무량한 칸 젖, 그것은 국경을 넘어 고요한 모성을 깨우는 원초적 혀의 쾌감 목구멍을 쓱, 뚫고 들어오는 애절한 타액선 낯선 천 번의 인연이 내게 그렇게 왔다 젖 빠는 힘으로
*지-지 쿡쿠 : 한 연구에 따르면 판다가 사람의 아기와 비슷한 욕구를 요구하기 위한 언어는 `지-지`와 `쿡쿠`다. 지-지는 "배고파요"의 의미를, 쿡쿠는 "만족스러워요"의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열차 안에서 다문화가족을 만났다. 아기가 울고 젖을 줘야 할 상황 같은데 좌석이 없었다. 내 자리를 내 주었다. 젊은 엄마들이 미용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젖 물리는 엄마는 참 보기 드문 풍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