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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 당부
기사입력  2019/02/11 [16:17]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주일날 오후 해 그림자가 지는 시간, 아들은 다음날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아들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내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지만 그날따라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피곤한 듯 얼마 안가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곯아 떨어졌습니다. 안쓰러워 그냥 좀 자도록 내버려뒀습니다. 아들이 울산 서쪽 끝자락에 있는 집에서 북구 끝자락에 있는 학교까지 가려면  세 번이나 버스를 갈아 타야하고 2시간이 훨씬 더 걸립니다. 자가용으로 달려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인지라 피곤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날따라 쌀쌀해 진 날씨에 통행하는 차량도 적어 30분 정도 빨리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주차해놓고도 20분간 깨우지 못했는데 시간이 다 돼 깨웠더니 이런저런 힘겨운 이야기를 주섬주섬 했습니다.


3학년이 되니 실제로 대학입시가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와 중압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랍니다. 아들은 일주일간 생활할 물품이 들어있는 케리어와 책가방, 그리고 손가방을 들고 축 쳐진 어깨를 한 채 어둠 속으로 걸어갔습니다. 자신이 진학하려는 대학과 자신이 가진 학습역량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는 아들은 그 간극의 무게로 엄청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들에게 학교에서 자신의 몫을 잘 감당하고, 힘내라고 격려한 뒤 다음 토요일에 만날 것을 약속한 뒤 다그치듯 어둠 속으로 등 떠밀어 보내는 내 마음도 아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힘들어하며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 얼굴이 내 눈에 투영되어 왔습니다. 그 순간 "올해 다시 한 번 교사 임용고시 준비를 하겠다"며 도와달라는 큰 딸의 얼굴이 겹쳐왔습니다. 살인적인 청년들의 취업난을 익히 아는 터라 올해 다시 취업시험에 도전하겠다는 딸의 비장한 결의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렇게 아픈 마음으로 시작한 기해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도 지났습니다.


삶의 터전으로 돌아 온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의 진학이나 취업 문제, 또는 경제적인 문제, 결혼생활의 문제, 건강상의 문제 등등으로 힘겹게 새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많은 문제들은 아버지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최선을 다해 자기 자리를 지킬 때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50대 후반의 중년 아버지들이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야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식을 결혼시킨 후 `빈 둥지 증후군`에 대비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자식들이야 자기 문제이고 자기가 해결해야 할 당사자니까 당연히 결연히 도전하겠지요. 하지만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뒤에서 의연하게 버텨줘야 저들이 힘을 낼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힘들고 빈약한 모습보이면 아이들은 시작도 못하고 힘겨워할 것입니다. 아버지들이 삶의 자리, 특히 가정을 잘 지키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아이들이 지치고 힘겨워할 때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될 수 있습니다. 추울 때엔 따뜻한 커피처럼 소중한 의미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경상도 남자의 문화적 특성을  완벽하게 소유한 중년남성입니다. 유머는 아재 개그 수준이며, 쌀과 살을 구별해 발음하지 못합니다. 아들, 딸의 마음을 제대로 쓰다듬어 줄 적절한 문장이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엔 아들과 딸의 말을 정성껏 들어줄 작정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오래 바라보아 줄 것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세상을 바라보며 소통하리라 작정했습니다. 주말마다 등이라도 톡톡 다독여 주고, 아들ㆍ딸에게 잘 하고 있다고, 그렇게 최선을 다 하면 결과는 하나님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진심을 다해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고 있는 이 땅의 아들, 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의 곁엔 너의 마음에 쏙 들진 않아도 인생의 선배이고 너를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 잊지 말아라.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다. 비록 너의 아버지 머리카락이 날마다 자꾸만 희어지고 얼굴엔 주름이 늘며 나잇살이 뱃가죽에 붙고 동작도 점점 느려지지만 너희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기해년에도 변함없이 빛나고 영롱하단다. 우리가 하나 되어 삶의 고난을 헤쳐 나가는 경험을 쌓을 때 우리는 매일 가족이 돼 가고 있음을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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