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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자석
 
임지나 시인   기사입력  2019/02/12 [15:40]

활활히 활활히 날아다니는 저 나비
지구 중력에 역행하는 것 같아 어질어질 비척비척

 

그럼에도 잘 보아라 나를, 이게 똑바른 거다
종이비누 같은 날개를 팔랑이며 아무 방향 없이
강건한 움직임을 시위하듯 보이는 나비

 

근심 없어 보이는 저것도
꿈이라는 것이 시련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건 푸른 하늘의 새들처럼 직선을 그어대며 비행하는 것 
그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항로 같은 것일 수도 있겠고
끝내 미로가 되기도 하겠지

 

나비는 삶을 미리 연습할 수 있는 생명체
꽃에 앉는 일은 현기증 때문에
더듬이로 진정제를 복용하는 중요한 일임을

 

꽃밭 속에 자석이 있어 자석이 있어
붙을 듯 하다 날고 날 듯 하다 붙는 훈련을 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하나, 봄이라는 형광물질에 먼저 중독될 수 있으니
곳곳에 눈을 심어 두는 게 좋을 거야
웅얼웅얼 귓속말하며 허공에 궤도를 그리는 나비

 

봄을 땅바닥에서 공기 중간까지 오르게
높은 하늘까지 치솟게 하는

 

그러나 아직까지 꽃들의 겸연쩍은 新房에서 하늘거리는
자잘한 커튼의 레이스 같기만 한 연약한 나비일 뿐

 


 

 

▲ 임지나 시인    

슬리퍼를 끌며 추레한 면 티셔츠 차림으로 집 앞 슈퍼에 가는 길이었다. 슈퍼 옆 작은 텃밭엔 물오른 파꽃이 한창이었고 순간 곁눈으로 보이는 노란 나비를 발견했다. 푸릇하고 탱탱한 파꽃에서 놀고 있는 나비. 난 나비라는 건 엷은 날개를 우아하게 너울대기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비는 우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란 새처럼 기민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날갯짓에서 소리가 날 것도 같았다. 그때 나비에 대해 늘 느꼈었던 가냘픔도 편견이란 걸 깨달았고 나비의 하릴없어 보이는 움직임도 곧 가열찬 생존임을 알았다. 한참을 군무에 가까웠던 몸짓을 감상했었고 나비의 씩씩함에 매료됐었던 어느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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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2 [15:4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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