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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하지 않는 저녁
 
함태숙 시인   기사입력  2019/02/13 [16:11]

해보다 붉은 꼬리를 엮어
두 몸으로 가벽을 세운
여기는 너희의 방
 
우그러진 원 안에 본 적 없는 심장이 두근거리네
산을 들썩이고 초록 머리채를 잡아채네
세간살이 하나 못 갖춘
극빈의 신혼이여

 

그러나 오직 둘 만의 왈츠
가장 빠른 속도로 시간이 충돌해 올 때까지
바들바들 떠는가, 이 춤은

 

제발 자중하란 말은 하지 마세요
미물로서도 가장 신중한 말과 행동이 여기 있어
저희는 배우는 것입니다

 

몸이 곧 방이란 걸
방은 죽음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에요
허공에 빨간 관을 열고, 춤이 흘러나오는 다 저녁에는

 


 

 

▲ 함태숙 시인    

가을 저물녘에 원무를 그리는 한 쌍의 고추잠자리를 보면,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숭고함을 느낀다. 그것은 죽음 앞에서의 필사적인 자기보존의 이행 때문이리라. 인간의 삶도 구애와 출산의 시기를 거치며 죽음 앞으로 하나씩 통과의례를 해 나간다. 일생을 압축하면 가장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시기가 사랑의 결실을 향해 나아가는 이때가 아닐까? 더 이상 열정도 필사적인 구애도 없고, 오로지 자손을 생산하고 양육하는데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숙명 앞에서 연인은 많은 것을 포기한다. 그들은 부모가 되는 것이고, 남은 삶은 노동과 의무로 버텨야할 희생의 시간인 것이다. 이러한 때 자신들의 당당한 한 때를 유희하고 만끽하는 생명체는 비록 미물이라 할지라도 죽음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진실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이 사랑이란 고차원적인 관념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본능적인 순정과 절절함이 그들을 아름다움 속으로 영원히 각인시키고 있음을 한 관찰자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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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3 [16:1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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