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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회> 서울 가는 길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02/26 [15:28]
▲ 하송 시인   

며칠 전에 행사가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인터넷으로 고속버스 차표를 예매했습니다. 차멀미 때문에 우등고속버스 앞자리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반고속버스로 예매했습니다. 출발시간에 맞춰서 차를 타려고 보니 우등고속버스였습니다. 출발 장소와 시간을 여러 번 확인해도 역시 일반고속버스는 안 보이고 우등고속버스만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사님께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버스가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이유까지 물어볼 용기가 나질 않아서 궁금증을 안은 채 차에 올랐습니다.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사님은 버스 앞문 옆에 서서 친절하게 안내를 했습니다. 차가 바뀌는 바람에 탑승하려는 승객들이 모두 당황한 채 질문을 했습니다. 그 때마다 웃으면서 우등고속버스로 바뀌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기사님의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속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이 앞에 서서 본인 소개와 함께 안전하게 모시겠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신뢰감과 함께 마음이 놓였습니다. 드디어 차가 출발하면서 텔레비전이 켜졌는데 음소거로 소리가 나지 않고 화면만 보였습니다. 자막이 나오는 예능 프로라서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웬만큼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차를 타면 잠이 달아나기에 혼자 조용히 텔레비전을 시청했습니다. 사려 깊은 기사님 덕분에 대부분의 승객들이 깊은 숙면에 빠져들었습니다. 반대편 하행선에서 같은 회사 소속 고속버스가 올 때마다 기사님이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안전운전을 하면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 운행 중에 기사들끼리 하는 인사가 안전운전에 방해가 되므로 금해야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아직 법적으로 막지 않은 듯했습니다. 위험하지 않고 능숙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해서인지 훈훈하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일이 생각납니다. 문학행사에 참석하느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날도 차멀미 때문에 운전석이 잘 보이는 제일 앞자리에 탑승을 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는데 갑자기 달리던 차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깜짝 놀라며 기사를 본 순간 기절할 뻔 했습니다. 오 마이 갓!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 문자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승객들을 봤더니 모두 잠들어 있어서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혼자 쿵쾅거리는 심장을 누르며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까마득해졌습니다. 운전 중에 너무 위험하니까 문자 쓰는 것을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좌우로 흔들리며 불안하게 운행하는 차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시간이 여러 개의 지옥을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승객 중에 아무도 모르고 나 혼자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책임감과 함께 더욱 큰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버스는 빈 좌석이 없이 자리가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그 많은 소중한 생명이 버스 핸들을 잡은 본인 한 사람의 손에 달렸는데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다니, 걱정이 분노로 바뀌어 갔습니다. `기사님께 안전운전 해달라고 말을 해야 하나, 운전기사 이름과 버스 번호를 적어서 버스회사에 제보를 해야 하나, 동영상을 찍어서 증거를 확보해야 하나?` 공포 속에 떨면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제발 위험한 행동을 멈추기를, 무엇보다 우리 승객들이 모두 안전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몇 번 휘청거리기를 반복 한 뒤에 문자 전송을 완료한 기사는 운전을 제대로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무사하게 서울에 다녀왔지만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그 기사님이 다음에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고 안전운전을 하는지 걱정이 되면서 시간이 적잖이 흐른 지금도 용기 없었던 나를 자책하곤 합니다.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님이 제일 먼저 내려서 미소를 띠며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안녕히 가세요."인사를 했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서울에 데려다 주신 매너 있고 배려심 깊은 기사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며 화답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하면 얼마나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게 되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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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6 [15:2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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