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위자 부경대 겸임교수

필자 나이 61살 되던 2017년 3월, 마라톤 하프 완주 후 성취감에 탄력을 받아 생애 알파와 오메가로 계획한 것이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다. 마라톤은 인내와 끈기만 있으면 가능하다. 63살이 된 금년, 봄을 알리는 3월 첫날, `3ㆍ1절 100돌 기념 제20회 울산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희생정신과 독립만세를 되새기면서 전국의 마라토너와 함께 태화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선수들은 4천여 명이었고 며 그 중 풀코스 도전자는 541명이었다. 시원한 태화강변을 따라 달리는 마라톤 코스는 고저가 거의 없으며 평탄하다. 마라토너들에게 친환경생태도시 울산의 태화강변을 달리는 것은 축복이다.

풀코스 달리기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연습에 돌입했다. 신체나이 60넘어 달리기는 무릎관절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발 뒷꿈치를 바닥에 착지하지 않고, 미들 풋으로 달리는 연습을 하였다. 무릎과 허벅지에도 충격이 덜 갔다. 다음으로 몸무게 3자를 달고 달리기로 하고 8개월 정도 노력하여 출전 당일은 39.3kg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신체적 적응은 참으로 놀라웠다. 마지막 연습은 태화강대공원에서 했다. 15일 간격으로 태화강 1구간 왕복인 30km를 달리고 나머지 12.195㎞를 달렸는데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시간도 5시간 30분이sk 걸렸다. 2번째는 견딜 만 했고 시간도 5시간으로 단축되었다. 3번째는 몸이 가뿐했고 5시간 이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 대회 날은 4시간 42분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이날 극한 상황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의 몸 왼쪽이 오른 쪽에 비해 많이 부실하다는 점이었다. 왼쪽 발목, 무릎, 고관절의 통증이 더 심했다. 곰곰 생각하니 왼쪽 편두통, 왼쪽 눈 떨림, 왼쪽 무지외반증 증상이 있었다. 경락하는 어떤 분이 `사람은 두 다리 길이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하며 저는 왼쪽다리가 짧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날 발견한 또 다른 사실은 울산 태화강 대공원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익히 듣는 말이었지만 막상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새삼 이름다음을 느꼈다. 마라톤 연습할 때나, 실제로 달릴 때나 전국 어디에 비교해도 이렇게 시민중심으로 잘 조성된 곳은 상주하는 갈매기, 갈매기단의 멋진 비행, 오리, 흰 새, 철따라 찾아오는 새, 전국 최대의 십리대숲, 십리대숲에 둥지 튼 백로, 자주 예술의 소재가 되는 갈가마귀 떼, 펄떡 뛰는 태화강의 물고기, 길가의 앙증스런 연보라 풀꽃 등 이날 살아있는 울산 태화강을 만끽했다.

마라톤 당일 사일교에서 1차 턴하여 명촌교까지 가는데 거리도 멀고 정말 힘이 들었다. 명촌교에서 2차 턴을 하여 마지막 코스인 6km는 극한 상황이었다. 뒷꿈치 착지를 하지 않고는 달리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연습하였기 때문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20km까진 모두 나를 제치고 갔다. 필자는 단 1명도 제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20km를 넘으면서 많은 사람을 제치고  달렸다. 완주 후 본부에서 준비한 두부와 김치, 오뎅국을 먹으면서 매우 행복했다.

귀가하여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충분히 위로했다. 장시간 햇빛에 노출된 얼굴에 팩을 하여 달래주었다. 똑 바로 누워서 충분한 휴식을 육체에 주었다. 행복 호르몬 탓인지 더 행복해졌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 가족을 비롯하여 지인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셔서 더욱 좋았다. 나 자신이 더 자랑스러워졌다. 마라톤은 인내와 끈기만 있으면 가능하고, 비만 예방과 치료에 매우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