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하나님을 향해 "사랑합니다. 존귀한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주님께 사랑을 고백한다. 모두 다 각자 주님을 사랑하는 건 맞는데 서로 사랑한다고 내가 더 사랑한다고 싸우는 모습은 왠지 가슴이 아프다. 마음 한구석에 통증이 느껴진다. 나의 마음에 구멍이 난 듯…….
봄이었나? 아마도 그때쯤이리라. 성주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의 교회 노인대학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교회 로비에서부터 차 시중을 드시는 목사님, 벽에는 노인들이 잘 보이도록 담배 피우는 곳,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곳이 아주 크게 쓰여 있었다. 노인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친구의 손을 잡고 노인대학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목사님의 배려로 할아버지가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대학이었다.
또 다른 노인의 이야기이다. 그는 종교는 없지만, 새벽마다 교회 마당까지만 왔다가 돌아가신다. 잠이 오질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그 예배를 마치고 나오시면서 항상 엄지손을 높이 들며 할아버지를 향해 "당신은 잘될 겁니다."라고 격려하고 웃어주는 목사님의 인사가 듣고 싶어서 그 앞을 서성이시는 것이다. 진정한 배려란 이런 것이 아닐까? 주님을 사랑하는 목사님들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눈물이 날만큼.
물론, 다른 교회도 있다. 교회에서 감히 어떻게 세상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으로 유행가를 비방하며 책망하시는 목사님도 계신다. 노인들도 오로지 찬양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는 목사님, 교회에서는 찬양만이 전부라고 하시는 목사님.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교회에서 찬양 소리가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듯 실버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도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지 않을까? 늙어서 힘없는 이들이 한없이 웃고 행복해하는데, 목사님께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한 발 뒤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잘 수 없을 것만 같아요. 까만 밤이 밝아오면 저의 마음도 다시 밝아지길…….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 맞죠? 하나님은 배려의 하나님 맞죠? 우리 모두 실버의 마음을 여는 날까지 배려합시다. 사랑해요, 하나님도 실버들도."
1년에 200회 이상 행사를 하고 200회 정도의 강의를 합니다. 늘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만의 파라다이스, 보물섬 같은 실버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만날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의 분칠을 해주고, 입술에는 호탕한 웃음의 루즈를 발라주고, 마지막 남은 열정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손잡을 수 있도록 그 거친 손바닥에 꿈을 쥐여주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늘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찌 이리 이쁘노. 우리 예쁜 레쿠리 선생." 실버 친구들이 저를 `레쿠리 선생`이라 부르는 것은 레크리에이션이라는 말이 잘 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 말이 너무 길어요. 그냥 레쿠리 선생이 좋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10년 동안 예쁜 레쿠리 선생이라 불리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꿈과 비전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등지는 날까지 즐거워하며 좋은 세상 나들이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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