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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발음하는 괘
 
김려원 시인   기사입력  2019/03/19 [16:20]

모든 달(月)에는 껍질이 있다
껍질 위에 껍질을 내리치면 텅 빈 소리가 난다
텅 빈 소리를 쫒아온 비도 흩뿌리는 관이 있을 것이고
그 관 안에 줄기가 들어 있을 것이다.

 

오늘의 오관 떼기에서는
우산을 쓴 손님이 찾아왔다
비는 가장 먼 곳을 달려온 음악,
오동잎을 노래하는 젓가락 장단에
양철봉황새는 들썩이며 춤춘다.

 

비의 속도라는 말은 타들어가는 저수지와
미처 걷지 못한 빨래가 젖는 시간
그녀의 스커트가 펄럭거렸다, 라는 모란꽃 같은 말

 

화투장들은 왜 달력이 되지 못할까
날짜가 없는 달이라니,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라서
날짜 없는 매일을 달밤 없이 점친다
내일은 상냥한 국화주를 따를 것이고
님은 글피쯤 벚꽃무늬 봇짐을 싸들고
송학같이 속삭여 올 것이므로

 

내달의 껍질을 다시 내리치면 한달음에 비
우산 쓴 님이 붓꽃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려원 시인    

지난 한 해가 비의 속도로 허공을 통과했다. 다시 설이 코앞이다. 윷을 던지고 화투장을 돌리며 박장대소한 가족의 한때는 어디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을까. 비가 추적거리는 저녁나절, 흐린 창 내다보며 오관 떼기를 하던 드라마 속 여인의 빛바랜 표정이 가끔 그립다. 이번 설에는 서랍 구석구석 뒤져 화투장 점괘를 꺼내 볼까나. 붓꽃봇짐 둘러맨 님은 어느 달쯤 우산 쓰고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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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9 [16:2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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