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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회> 동그란 꽃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4/14 [18:13]

어느 집 처마 밑에 섰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

 

내 가슴에 동그란 꽃 핀다
오래도록 부재했던 그리움 쪽으로 빗방울이
둥글게 둥글게 동심원을 그린다

 

사는 일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일이라고
처마 끝에 매달린 빗방울이
다른 빗방울로 옮겨 가면서
동그라미 속에서 눈시울을 붉힌다

 

동그란
꽃 한 가운데는
동그랗게 가둬 놨던 것들이
참 외로웠다고
외로워서 동그랗다고
동그랗게 말한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랑해야 할
동그란 얼굴
뚝~뚜욱~떨어질 때
발목아래 피어나는 작은 꽃 동그란
아주 동그란

 


 

 

▲ 정성수 시인    

유리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어쩌면 어린 시절의 술래 잡이를 할 때 살금살금 딛는 발소리 같기도 하고, 작은 산사에서 들었던 목탁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잠 못 이루어 뒤척이는 소리 같기도 하다. 봄비가 그치고 나면 메마른 대지에 깊숙이 뿌리 내린 온갖 식물들이 기지개를 펼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꽃이 먼저 핀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꽃은 며칠을 버티지 못할 터이지만 사월에 내리는 봄비는 축복의 세레나데다. 산천초목들에게 긴 여정을 격려하며 두드려주는 생명수요, 만물들의 삶의 심지를 돋워주는 섭리의 발현이다. 봄밤에 내리는 비는 눅눅한 내 심금을 적신다. 이런 밤 창밖에 캄캄하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면 슬프다는 생각이 온몸에 스며든다. 쓸쓸한 등을 보이며 봄비 속으로 떠나간 한 사람을 추억한다는 것은 아릿한 설움이다. 사람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추억과 회포를 간직한 채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는 봄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지난날의 한 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봄비야 흥건히 내려라. 한 사람이 보여주던 그 눈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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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4 [18:1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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