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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았던 정(情)이 어디로 갔을까
 
권오성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4/16 [17:02]
▲ 권오성 칼럼니스트    

우리가 어릴 때는 이웃 어른을 만나면 "안녕하십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하고 끼니는 이었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깍듯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 생활의 한 면이었다. 부족한 가운데 어렵게 살았던 시절 시래깃국 한 그릇을 놓고 오가는 다정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을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훗날 그 맛과 함께 정감까지도 전해질 수가 있을 것이니까. 살아오면서 어떤 힘든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어 그냥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시래깃국 역시 보릿고개를 겪어온 우리 세대에게는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시공을 초월해 모두를 엮어주는 매개체였다.

 

우리는 그렇게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도 우물가에는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자배기에 시래기가 담겨있어 물을 길러왔던 아낙네들이 한 줌 호박잎에 담아가면서 "순이 엄마 내가 시래기 좀 가져가네." 하면 "그래요 넉넉하게 가져가지"하는 대꾸에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네의 발걸음은 가벼웠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가? 물론 동네 가운데 아낙네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빨래를 할 수 있는 우물도 사라졌다.


 음식이 넘나들던 토담은 시멘트로, 담벼락엔 시퍼런 유리 조각과 철망을 치고 살다가 이제는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해 두고 있으니 어느 뜸으로 정이 담긴 그릇이 오갈 수 있겠는가. 가끔 사극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이리 오너라."하고 부르는 소리에 대문이 열리면 생면부지의 과객이라도 사랑에 들게 하여 재워주고 먹여서 노자까지 손에 들려서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 중에 이렇게 살아온 우리네 선대의 후한 인심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때는 지금보다 덜 넉넉했었다. 그런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웃을 내치지 않았고 도와주면서도 얼굴을 내밀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알고 반드시 지켜왔다. 지금처럼 눈을 크게 뜨고 고함을 치지 않아도 대화가 이루어졌고, 협의도 쉽게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약속하고도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다웠고, 어른은 체통을 지키며 예우를, 스승은 존경의 대상으로, 정치인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로 자리보전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얼마 전 강원도 일원에서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고 시름에 빠져 있다고 하자 화재의연금 모금을 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숱하게 많은 의연금을 내왔었다. 그런데 이러한 모금의 대열에 참여한 다수가 경제적으로 부유층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쪽 방의 한구석에 오한에 떨고 있는 이웃이 있는데 아니 이웃이 아니라도 좋다.

 

같은 땅에 사는 사람이 시련에 허덕이고 있는데 먼 산의 불구경하듯 하는 상층부사람들. 우리 속담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종종 사용하는 속담 중에 하나다. 보통 겉모습만 그럴싸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데 속담의 경우를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많이 보아 왔다는 생각을 한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매체, 어쩌다 텔레비전을 보면 무슨 토론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나 속으로는 빈곤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요즘에 전국민적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과 사대 강 댐 해체만 해도 그렇다. 물과 더불어 살아왔고 살아갈 사람들은 해체를 반대하는데 위원이란 사람들은 자기네 주장만을 관철하려하는 모양세가 허장성세(虛張聲勢) 즉 실속은 없으면서 큰소리치거나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정(情)의 고갈로 인해 빗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서로가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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