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 반달을 바라본 어젯밤이 오늘에서야 아픈 까닭
어둠에 가려졌던 나머지 부분이 실패하고 만 지금이라는 생각 탓일까
위로를 받으면 오히려 젖은 감정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세상이 어둡다는 걸 그렇게 밤하늘의 실눈을 통해 배우면
어린 날 보았던 반쪽의 동화가 생각나 천천히 세상을 굴러가기 위해 간신히 찾은 반쪽을 부러 버렸다는 이야기
위대한 신은 짐승의 이빨을 세운 채 내 아름다운 금빛 반지의 절반을 깨물어 깊은 우주의 연못으로 던져버렸다고 나는 그렇게 의미를 만들어 편지 속에 써 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빈 의자는 떠나간 의자가 아니라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고요일 것이라고 애써 너에게 웃음 지었지
그렇게 모든 배웅이 끝나면 혼자 남아 비워진 접시들을 치우고 버려진 음식들을 한 번 더 버린 후에 그 빈 의자에 스스로 앉아보게 되는 것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기다리던 건 무엇이었을까
창밖에 조금씩 차오르는 달빛의 파도처럼 머물렀다 사라지는 것들, 사라졌다 되돌아오는 것들을 생각하며
빈 의자에 앉아 빈 술잔을 언제나 절반만 채워 놓는 것이다
슬픈 날 바라본 달빛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울수록 슬픈 생이 그렇게 파도처럼 흘러가고 흘러오고 있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왜 그리도 즐거울까. 즐거워보였을까. 우리는 늘 반달처럼 절반만 만났다. 나머지 절반은 숨긴 채, 알 수 없는 채, 그렇게 절반만 사랑한 지난 연인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