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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회> 뒤에서 밀어주기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04/23 [15:26]
▲ 하송 시인   

집 옆 가까운 곳에 산이 있습니다. 휴일에 가끔씩 오르곤 합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인데 가파른 오르막길 구간이 있습니다. 평지는 빠른 걸음으로 잘 걷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오르막길은 맥을 못 춥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남편한테 손을 내밀면 앞에서 끌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들이 소리 없이 등 뒤로 와서 가볍게 등을 밀어줬습니다. 살짝 밀어주는데도 앞에서 끌어줄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워서 산에 오르기가 더 수월해졌습니다. 그 뒤로 오르막길만 나오면 슬며시 아들이 뒤로 와서 등을 살짝 밀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앞에서 끌어주는 것도 참 고맙고 기뻤는데 아들이 등을 밀어주는 데에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힘들 때 뒤에서 직접 밀어줘서 도움을 받는 경험이 새로웠습니다. 이제까지 보살핌을 받던 아들이 어느 새 장성해서 엄마를 도와주다니! `아들은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 딸이 최고야!`라고 목소리 높여서 주장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들이 얼마나 든든한지`소심하게 말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몇 주 전,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있었습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한 친구가 오전에 결혼식 끝나고 오후에 가까운 곳 마실 길을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자주 가는 장소인데 가깝고 좋은 곳이라며 자기가 안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흔쾌히 세 명의 뜻이 모아져서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마실 길에 올랐습니다. 말로 듣기만 해서는 가벼운 산책길인지 알았는데 2시간 걸리는 등산코스였습니다. 다행히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모정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간식을 먹으면서 잠깐씩 휴식을 취하며 땀을 식혔습니다.

 

오르막길에서 숨이 차올라 올 때는 뒤에서 밀어주는 아들 생각이 잠깐씩 스쳤습니다. 산길이 끝나고 시멘트로 조성된 평지가 나왔습니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편하게 내려오니 사찰(寺刹)에 도착했습니다. 사찰 안과 밖에는 온통 벚꽃과 사람들로 둘러싸여있었습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곳인데다 꽃이 절정에 달한 시기여서 연인 또는 가족단위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습니다. 


그 중에 유난히 꽃이 화려하고 큰 벚나무가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며 상춘객 대열에 합류해서 꽃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기 바빴습니다. 저만치서 동백꽃과 자목련과 백목련도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모두 꽃을 보면서 환호성과 함께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이미 꽃이 떨어진 자리에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걸 본 사람들이 벌써 꽃이 지고 잎사귀가 나왔다며 투덜거렸습니다. "조그맣게 나오는 잎사귀가 참 신기하고 예뻐요. 어느 때는 꽃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휴일이면 가볍게 물과 빵 한개 들고 등산길에 오르는 분으로부터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어느 해부터인지 신록이 참 새롭고 소중하게 다가오던 차라 그 분 말씀에 적잖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라며 웃었습니다. 그 분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는데 얼마 전에 구십이 가까우신 연세의 할머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손녀딸 두 명이 계획을 짜고 여행 경비를 마련해서 할머니께 해외 구경을 시켜드린 것입니다.


큰 딸은 현재 대학병원 간호사이고, 취업을 준비하던 둘째 딸도 합격이 돼서 출근 전에 미리 시간을 낸 것입니다. 부모님의 따뜻한 품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합니다. 고령의 할머니 뒤에서 오르막길을 밀어주는 손녀들의 마음에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벚꽃이 떨어지고 이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록의 부드럽고 연약한 이파리를 보니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꽃을 피우도록 말없이 뒤에서 밀어주고 오느라 애썼다며 다독여 주고 싶습니다. 많은 고생을 하고도 화려한 꽃 뒤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위로도 해주고 싶습니다.

 

깊어가는 봄, 힘들게 몸을 비틀며 나오고 있는 이파리에게 좀 더 힘내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조용히 뒤에서 밀어주는 가족, 직장 동료, 주위 친지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마음이 새겨지는 따사로운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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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3 [15:2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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