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지난해 12월 중구 원도심에 가수 고복수를 기념하는 음악 살롱이 문을 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현대사를 거치는 동안 심금을 울리는 음색으로 고단한 국민들을 노래로 위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복수 선생은 1911년 울산 병영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선생은 축음기가 있는 곳이면 달려가 노래를 들을 만큼 열정이 많았고 교회합창단에 들어가 선교사로부터 드럼과 클라리넷 등 각종 악기를 습득했다고 한다. 소년 고복수는 18세에 울산과 부산 가요 콩쿠르에 입선했다.

서울에서 꿈을 펼치기를 기대했던 그는 어느 날 부친이 잠든 틈을 타 장롱에서 60원을 꺼내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이후 1933년 22세 때 콜럼비아 레코드사가 주최한 콩쿠르에서 3등에 입상해 가수의 발판을 다지게 되었다. 그 뒤 작곡가 손목인 선생이 그를 오케 레코드사로 옮겨주었는데 당시 이철 오케 레코드 사장은 전속 축하금으로 그에게 2천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당시 소학교) 교사 한 달 월급이 40원 정도였던 시절이었으니 이는 꽤 큰돈이었고, 그만큼 고복수의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그는 1934년 손목인 작곡의 `타향살이`와 `사막의 한`을 불러 인기가수가 되었고, `짝사랑` `휘파람` `이원애곡(梨園哀曲)` `풍년송(豊年頌)` 등을 쏟아내며 최고 가수로의 입지를 다졌다.

선생은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도 활동했는데 만주 하얼빈이나 용정 북간도에서 `타향살이`를 불렀을 때 동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나라 잃은 설움으로 타국을 떠도는 동포들과 이심전심 혼연일체가 된 까닭일 것이다. 6ㆍ25전쟁 당시 김일성이 "고복수를 체포해 북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은 아직도 유명하다.

그가 `가극 동맹`이라는 좌익예술단체의 계수남에게 붙잡혀 의용군에 강제 입대되는 바람에 고복수 부부가 남동생과 함께 끌려가는 고초도 겪었다. 그러나 남동생이 원산 근처에서 형을 살리려고 그를 웅덩이에 밀쳐 넣었고 겨우 탈출한 고복수가 국군을 만났을 때 국군이 암호를 대라고 하자 `타향살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뒤 고복수는 육군정훈공작대에 자원해 군위문연예대에서 활약했다. 고복수는 1957년 8월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가수생활 25년을 결산하는 은퇴공연을 가졌다. 이후 1959년 동화백화점 5층에 동화예술학원을 개설해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학원을 경영하면서 이미자ㆍ 안정애 같은 인기가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1959년 제작한 영화 `타향살이` 가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생활고를 겪게 된데다 병마까지 겹쳐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일부에서 고복수 선생이 말년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서적외판원으로 활동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중구 원도심에 있는 `고복수 살롱`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은 아들이 직접 밝힌 내용이기에 확실한 사실이다.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인(歌人)은 그렇게 쓸쓸히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울산 중구 원도심에는 그를 기리는 `고복수 음악 살롱`이 개관돼 그를 기리며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중구 원도심 문화의 거리에는 `고복수 길`도 조성돼 있는데 이모저모 살피며 `고복수 살롱`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