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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회> 살구나무 요강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5/12 [15:24]

죽촌리 큰 이모네집 이웃에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있는데요
해마다 봄이면 살구꽃 환장하게 피었다가
그 꽃 지고 나면
살구들이 다글 다글 오지게 열리는데요
해갈이도 하지 않는 것이 하도 신기해서
이종 누나에게 물었어요
누가 들으면 안 된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추더니
아 글쎄
살구나무가 저녁마다 밥을 먹는데요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느냐고 눈총을 쏘았는데요
사십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간 길용이 아저씨가
밤이면 요강 대신 살구나무 아랫도리에 오줌을 싼 다네요
어느 때는 오줌발이 살구나무 가슴까지 적시는데요
황등장에 갔다 온 날 밤에는 서너 번도 더 싼데요
그런 밤에는 백구도 따라 나와
함께 싸는데요. 길용이 아저씨는 서서 싸고
백구는 앉아서 싼데요
제 몸에 담아둘 수 없는 막막한 어둠이
살구나무에게는 살이 되고 피가 되는 한 끼의 밥이래요
밥 잘 먹고 똥을 못 싸
저렇게 디룩디룩 허리통이 굵어졌는데요.
그래도 살구나무는 해마다 봄이 오면 잊지 않고
껍질이 터지도록 힘을 주어 노란 살구똥을 하늘에 싼데요
누가 밥 먹고 똥 싼다는 살구나무 요강을 보셨나요?

 


 

 

▲ 정성수 시인    

요강尿-은 방에 두고 오줌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그릇을 말한다. 요분溺盆, 수병溲甁,수기溲器, 야호夜壺, 음기飮氣, 설기褻器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오줌통 또는 오줌 그릇이라고도 하며 방언으로 오강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요강은 삼국시대 토기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예로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생활용품으로 신분의 고하를 막론한 필수품이었다. 신분상의 차이가 있었다면 만드는 재료에 차등이 있었을 뿐이다 요강의 재료는 도기·자기·유기·목칠기 등 다양한 편이다.

 

그런 여러 재료의 제품들이 각각 어느 시대에 한하여 쓰였던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어느 시대에나 함께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은 뒷간이 밖에 있어, 늦은 시간에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마다 요강을 놓고 사용했다.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나 시골 장터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북아메리카, 영국, 프랑스,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요강 형태의 용기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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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2 [15:2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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