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요? 하지만 다시 소 잃는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외양간 수리`를 제대로 잘 해야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심정으로 범 기독교계가 지켜온 5월 첫 주일을 맞이합니다. 어린들을 위한 다양한 기독교계의 행사가 한 주간 계속 될 것입니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어린이 주일이 되도록 생명에 관해 생각을 다시금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발등에 불`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인구절벽`이라고 지칭되는 비상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구절벽 현상은 산업현장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각급 교육현장에도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통일한국의 위상은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경제력, 그리고 국제 경쟁력 등으로 다듬어질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인구절벽의 현상은 보편적 가족 구도의 붕괴는 물론이고 일상의 삶이나 각종 여가문화에 변화를 유발하며 국방을 책임질 군인 수요공급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 존립에는 국민, 영토, 주권이란 3대요소가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를 잘 갖춘 주권국가도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인구절벽을 국가존립의 중대위기로 보고 해결에 나서는 사회지도층, 정치 지도자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자기 고장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단이나 국가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은 온갖 각축을 합니다.
예타 면제로 이런저런 사업권을 따냈다고 자랑하는 현수막이 온 울산시내를 뒤덮습니다. 이렇게 엄습하는 국가존립의 문제를 아파하고, 부르짖고 사회 운동으로 제창하는 사람은 너무 적습니다. 모두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백약이 무약이고 개인의 권익과 상충되는 부분이라 국가나 사회가 법과 제도로 어찌해 볼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합니다. 이런 핑계로 거의 심정적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한 명의 생명이 소중한 마당에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의 인권과 교육ㆍ보호권이 마구 무너지는 참담한 소식이 난무합니다. 그것도 친부모나 가까운 혈족이 아동학대, 특히 정서적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때문에 지금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제대로 된 환경을 열어줘야 할 때입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낙태를 찬성하는 쪽의 입장을 대변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찬성의견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시했고 헌재는 `낙태가 정당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들을 모두 `헌법불일치`로 보고 관련법 개정을 국회가 2020년 12월31일까지 시행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헌재는 임신 여성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봤습니다.
또 태아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따라서 낙태 전면금지는 위헌이고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 시간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낙태`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을 들어 늦었지만 `외양간을 고칠 필요성`에 대해 심사숙고할 때가 됐습니다. 찬성측이 주장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리도, 반대 측의 생명권 존엄보장도 충분히 새겨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권익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엇보다 생명의 탄생과정에 인간이 일정부분 자기결정권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개입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는 사실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생명권이란 천부인권의 격돌을 피하면서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인구절벽이 우리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기 전에 튼튼한 외양간을 짓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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