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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풍경들
 
양수진 울산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5/14 [15:31]
▲ 양수진 울산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스승의 날이다. 해마다 5월 이맘때가 되면 우리 모두에게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스승의 날을 맞은 풍경과 소감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다. 풍경 하나. 학부모. 올해 내게 스승의 날은 조금 특별하다. 학부모가 되고 맞는 첫 스승의 날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되고 나니 모자란 아들을 맡긴 죄로 선생님을 뵐 때마다 조심스럽고 송구스럽기만 하다.

 

내가 담임으로 만나는 학부모님들도 모두 이런 심정이지 않을까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실제로 느끼는 중이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그의 인생에서 8번째 선생님이시다. 우리 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은 첫 세대로 아기 때부터 선생님들 손에 자랐다.

 

직장맘으로 일하는 시간 동안은 온전히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를 키웠다.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지금까지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일과 중에는 담임 선생님께서 방과 후에는 돌봄 선생님께서 아이를 가르치고 돌봐주신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를 돌봐주고 가르쳐 주신 그 감사함을 하루하루의 일상을 바삐 살아내느라 제대로 표현 못한 것 같아 항상 죄송함이 가득하다. 그 감사함을 `스승의 날`이 있어 표현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손 편지도 안부전화도 이 시기만은 감사와 안부의 연락이라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다. 풍경 둘. 교사로서 나. 올해 나는 교직 15년차로 발령 후 4개의 학교를 투어 중이다. 굳이 여행이라고 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 교사는 학교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내 교직 경력에서 매우 특별한 여행인 것 같다. 실업계고에서의 일상을 나날이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중학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했던 내가 우물 안 개구리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인문계고에서 사용했던 수업전략과 생활지도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좋은 선생님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이상적이었는지를 느끼고 있다. 학교급별로 학생의 성향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배워나가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첫 해인 나는 담임으로서 생활지도, 한문과목 교사로서 수업지도 모든 면에서 어설프다. 그래서 스승의 날 왠지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풍경 셋. 학생.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니? 라는 질문을 던졌다. 많은 아이들이 공평한 선생님과 학생을 존중해 주는 선생님 그리고 수업을 재미있게 해주시는 선생님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종례 빨리해 주시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빨리 자신만의 시간을 만나고 싶어 한다. 풍경 넷. 교사. 선생님들께도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은?`에 대한 답으로 선생님들은 반성하는 선생님,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들과 잘 통하는 선생님, 시간이 흐른 후 항상 우리를 사랑하고 도와주려고 했던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선생님, 내 말은 무조건 다 먹히는 존중받는 선생님이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아마 우리 교사들은 모두 이런 선생님을 꿈꿀 것이다. 나는 수업 잘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를 뒤돌아본다. 하지만 우리가 학창시절 기억나는 교사는 의외로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최고로 나쁜 선생님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강렬한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니까. 혹 아이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최악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풍경 다섯. 현실. 하지만 현실은 `욕 안 얻어먹으면 다행인 선생님`이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동네북이 된 지 오래다. 사회적으로는 기승전교사라는 자조까지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교사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이상적인 수업을 꿈꾸지만 부서에서 맡은 업무와 학급과 관련한 세세한 서류 작업과 학생 지도로 정신이 없다.

 

선생님으로서 자부심보다는 교사로서 실수하지 않기 위한 업무적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교직에 대한 사명보다는 그냥 하루가 무사히 아무 일 안 일어나고 지나가길 바랄뿐이다. 오늘도 정신없이 산 하루다. 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7교시 종이 치면 바로 반으로 달려갈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빠른 종례로 가장 빨리 귀가하는 우리 반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은 힘들면서도 한편으로 참 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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