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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뽑기
 
권순해 시인   기사입력  2019/05/14 [15:32]

그는 뽑기 고수다

 

퉁이는 15초
도라에몽은 33초
피카츄는 20초

 

내가 당신의 표적이 되었다가
당신이 나의 표적이 되었다가
번번이 어긋나기만 하던 것처럼

 

그도 처음부터 고수는 아니었다
이브를 놓치고
냐오빌을 앓으면서
길고 긴 하수를 건너왔다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위해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기위해
킁킁 냄새를 맡으며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눈알이 빠진 도라에몽과
팔이 없는 피카츄들이
분열된 세포처럼
프레임을 뛰쳐나와
거리 곳곳에 나뒹굴어져 있다

 

그도 누군가에게 뽑힌 적이 있다

 


 

 

▲ 권순해 시인    

악착같이 뽑거나 혹은 뽑힐 때가 있다. 생존을 위해. 거리는 온통 표적들로 넘친다. 하지만 쉽게 뽑히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순조로운 날들이 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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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4 [15:3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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