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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타기
 
박진형 시인   기사입력  2019/05/15 [15:32]

일렁이는 바다를 휘감아 도는 바람을 베고 싶다

 

장마당 허공에 매여진 동아줄 하나
어름사니 신세 한탄할 사이 없이
나는 버선발로 바람을 탄다

 

땀방울은 귓불을 타고 흐르고
마음 속에는 작달비가 쏟아져 내린다
샅 사이로 줄을 타고 허공잡이 놀아보다
쌍홍잡이 외홍잡이 온갖 재주 부리며
허공을 바다 삼아 움죽움죽 놀아 본다
나는 남사당패 걸쭉한 입담으로
구경꾼들을 되레 희롱한다

 

그냥 뛰어내려 볼까
새처럼 날아올라 볼까
합죽선 하나에 온 몸 맡기고
나는 흔들리는 허공의 균열을 스쳐 지나간다

 

서 있는 곳 어디인가
서 있는 곳 알지 못해도
가야할 곳 알고 있다
발밑에 파도는 몸을 통과할 때마다 줄을 놓아버린다
오롯이 추임새 장단에 맞춰 바람을 탄다

 

넋이 오른 구경꾼들은 어름새에 간이 철렁해진다
서쪽하늘 노을이 온 몸 가득 물들어오면
나는 외줄 위에 가부좌 틀고 바다가 된 하늘을 바라본다

 

니르바나의 붉은 나비가 어깨에 내려앉는다

 


 

 

▲ 박진형 시인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공연 중 줄타기를 제일 좋아한다. 줄타기는 어름이라고도 하는데, 어름이란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줄을 타는 어름산이가 3미터 줄 위에서 펼치는 다양한 묘기와 재담은 흥미진진하다. 관객들은 마음을 졸이며 보다가 줄광대가 무사히 허공을 건너오면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줄타기 공연을 보면 늘 인생을 돌이켜보게 된다. 인생은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할 때가 많다. 삶이란 힘들지만 멈추어서는 안 되는 줄타기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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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5 [15:3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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