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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斷想
 
정진희 현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5/19 [15:57]
▲ 정진희 현대중학교 교사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얼었던 마음이 녹는 시기이기도 해서인지, 5월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 많은 달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채워지는 어린이날부터, 길거리에 파는 카네이션만 봐도 절로 다가가게 되는 어버이날까지 마음이 훈훈해지는 행사가 이어진다. 이렇게 정신없이 5월을 보내다 보면 딱 중순에 `스승의 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맘때만 되면, 용기를 내어 직접 안부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더라도 10년, 20년 전의 추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그때 그런 선생님이 계셨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처음 학교 선생님으로 오셨겠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앳된 얼굴과 넘치는 열정이 인상적인 선생님이셨다.


모든 아이에게 친절하셨던 선생님은 우리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늘 밝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을 반겨주셨다. 그 고급 음식이었던 짜장면과 함께 말이다. 그 어렸던 초등학생들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렇게 받기만 할 수는 없다는 의견으로 입을 모으게 되었다. 그러나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선생님을 위해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을 살짝 내비쳤을 때의 선생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냇물과 강물처럼 모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사랑도 위에서 아래로 흐른단다. 그걸 보고 내리사랑이라고 표현하거든. 너희도 그 물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오지 않고, 너희의 아랫사람에게 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그게 가장 큰 선물이란다." 어린 나이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내리사랑이 뭔지도, 그래서 선물을 거절하시는 건지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저 혼란스러운 긴 문장이었다.


인제야 내가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고 보니 참 와닿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받았던 사랑이 지금 아이들을 대하는 사랑의 씨앗이 될지 그 선생님께서는 미리 아셨던 것일까. 그 힘든 고등학교 3학년, 부족한 나를 위해 늘 마음을 써주시고, 아버지처럼 그늘을 만들어주시던 담임선생님이 계셨다. 국어 선생님이셨던 담임선생님은 늘 따뜻하게 문학작품을 설명해주시고, 마음을 울리는 국어 수업을 준비해주셨다.

 

그때 그 온도가 아주 좋아서였을까. 선생님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국어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담임선생님의 조력으로 `국어교육과` 진학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 고3 한 해가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하게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처음 명찰을 달고 교생 실습을 나가는 순간, 첫 교직에 발을 내디딘 순간, 결혼할 사람이 생겨 인생의 새 출발을 하게 되는 순간, 선생으로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모든 순간에 나의 국어 선생님이 생각이 난 그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또다시 일 년이 돌아 스승의 날이 돌아왔고, 아직 늦지 않은 오월이다. 지금 생각나는 은사님이 계신다면 보고 싶었다는 연락 한 통으로 수십 년 전의 그 어린 학생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 선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지금의 저는 잘 성장하여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직 교직에 계신지요. 그때 그날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그날만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건강하시지요. 늘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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