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평균 수명이 늘어나 퇴직 연령을 여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인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 몇 살부터 노인 연령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호해졌다. 돌이켜 보면 이미 중년에 속한지 오래다. 50여년을 살아오면서 군에 가서 6~7kg정도 살이 찐 것 외에 여태 몸무게가 거의 변한 적이 없었다.

중년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오래지 않아 옛날의 몸무게로 다시 돌아온 것을 보면 군에서는 아무래도 스트레스 성 폭식을 거듭한 것이 체중을 불리게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후 수십년 동안 다이어트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임신 후 `살과의 전쟁`이라든지 `남자 중년의 뱃살` 등 자극적인 문구에 별로 눈길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중년의 뱃살이 노크하더니 이젠 완전히 자리잡아버렸다. 원인을 곰곰이 분석해봤더니 밤늦게 계속해온 군것질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글을 쓴답시고 밤 늦은 시간 커피나 과자를 계속 집어먹은 것이 중년 뱃살의 요인이었다.

밤에 몰래 이것저것 먹은 것이 뱃살만 키운 것이다. 절제해야 함에도 선을 넘은 것이 원인이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결국 움직임보다 많은 음식들이 체중을 불렸던 것이다. `인간은 제 죽을 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늘어나는 뱃살을 보다 못해 꾸준한 운동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약 15분 정도 걸으면 태화루에 닿는다. 다시 15분 정도 더 걸으면 태화강공원 십리대숲 교에 이르고 바로 앞이 느티나무 광장이다. 오랜만의 운동이라 처음에는 몸무게가 다소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삼사일 지나자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일주일 쯤 지나자 발걸음이 제법 가벼워졌다.

인간의 신체도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는 법. 꾸준함의 힘을 믿고 반년동안 걷기운동을 거듭한 결과 예전의 가뿐한 몸무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누리는 내밀한 기쁨은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다. 이에다 덤으로 주어지는 것은 콘크리트로 도배된 도심의 황량함에서 벗어나 태화루의 운치를 매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쾌하며 청량감 스며있는 공기를 호흡하며 태화강 산책길을 따라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자연의 선물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태화강은 그렇게 울산의 도심을 맑게 하며 갖가지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다. 물속의 고기들은 존재감을 뿜어내기라도 하듯 물살을 차고 솟구쳐 올라 첨벙하면서 낙하한다. 태화강에서 주인 노릇하는 물고기가 붕어인지 누치인지 가물치인지 알 길이 없다. 떼 까마귀들의 군무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산책길에 만나는 물고기들의 현란한 몸짓은 오롯이 당사자들만의 전리품이다.

지난주 태화강에선 봄꽃 대향연이 펼쳐졌다. 5월 태화강의 민낯은 봄꽃 무르익어 형형색색 눈부셨다. 다소곳한 수레국화, 귀부인 같은 자태의 작약, 바람에 가볍게 몸을 내주며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의 고고한 듯 불그스레함, 안개꽃의 은근한 미소까지 전부 다 아낌없이 공짜관람이었다. 이번에는 국제재즈페스티벌까지 주말에 같이 겹쳤는데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수많은 인파가 다녀갔다. 겨우내 움츠렸다 온몸으로 대지를 뚫고 나와 태화강공원을 물들인 꽃들이 사람들로부터 환대받는 장면은 그야말로 `잔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