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에는 학원의 차와 승용차들이 여러 대 줄을 서 있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태워가지 위해 기다리는 듯 한 남자 몇 명과 엄마들의 모습이 직선의 나무처럼 정물화로 서있다. 교실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며 통화를 하는 사람. 휴대폰으로 보느라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수업을 마치는 음악이 울리고 잠시 뒤 우르르 아이들이 뛰어 나온다. 아이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뛰어 새떼같이 몰려오는 아이들 속에서 기다리던 아이의 모습을 찾는다. 햇살이 연두 잎의 어깨를 건드리면 나비같이 나풀나풀 거리며 맑은 그늘을 드리우는 오후, 둘째아이를 업고 집을 나선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것을 마중 가는 길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유치원의 차가 오기 전까지 도로가에 있는 공원에서 토끼풀 숲을 헤집으며 네잎 클로버를 찾는다.
등에서 내린 둘째 아이는 앙증맞은 손으로 토끼풀을 한 움큼 쥐고는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다. 뜻대로 되지 않자 울그락 불그락해진 볼 위로 햇살이 토닥토닥 내려앉는다. 눈이 부신지 눈을 감으며 두 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이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둘째아이가 몸을 돌려 다른 놀이를 하는 동한 나는 행복을 뜻한다는 세잎 클로버 사이로 길을 내며 행복을 뜻하는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목이 아파올 때 쯤 아이들을 태운 차가 도착한다.
마중이라는 말 속에는 설렘이 오물 오물거린다. 마중은 만남을 예비하는 시간. 만나기로 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무슨 말로 인사를 나눌까……. 기다리던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 상상력과 기대감의 더듬이는 부지런히 촉수를 움직인다. 그 때의 설레임과 기다림은 깊은 강물의 출렁임이다.
"마중은 소극적 기다림이 아니라 적극적 다가감이다. 너를 기다림이 아니라, 나를 보냄이다. 너로부터 떨어지기를, 멀어지기를 거부하는 몸부림이다. 마중은 너에게로의, 나의 자발적 예속이다.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늘 마중에 있다." 극단 기린에서 공연한 뮤지컬 `마중`을 소개했던 글이다.
마중은 기다림이 아니라 적극적 다가감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만남에 있어 적극적인 다가감은 새로운 길을 여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움츠려 들고 조심스럽다. 그런 내게 적극적 다가감은 꼭 숙제를 해결하듯 꼭 실천해 보고 싶은 바램이다. 요즘 들어 정현종시인의 시 `방문객`이 자주 되뇌게 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중-
읊조릴수록 맛이 깊어지는 시다. 그렇다. 누군가의 일생이 내게로 걸어오는 일. 그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과의 만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먼저 손 내밀고 싶은 것이다.
마중은 행복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클로버의 풀숲에서 찾던 세잎 클로버의 행복 보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네잎 클로버의 행운을 좇느라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놓치며 살아 온 날들도 많았으리라.
그러나 누군가를 마중하는 일, 그것은 또한 일상 속에서 늘 이어지는 행복이다. 유치원에 간 아이를 마중 가던 그 시간은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었으나 그 때의 따뜻했던 시간은 구겨진 삶의 주름을 펴 주며 싱싱한 윤기로 오늘의 행복으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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