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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맞춤법의 `맞춤`은 어법에 맞는가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5/22 [18:43]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한글맞춤법은 `국어기본법`의 어문규범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규범이다. 바름을 강조하여 `국어정서법`이라고도 하는데, 국민들의 어문생활을 바르게 인도하는 중요한 길잡이다. 그런데 첫 단추 격인 `한글맞춤법`의 `맞춤`이란 표기부터 매우 어렵고도 큰 문제가 있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1933년 10월 29일 `한글마춤법 통일안`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표할 때는 `맞춤`이 아니라 `마춤`이었다. `마` 밑에 `ㅈ`이 없었다.

 

나아가 1937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 고친 판` 때까지만 해도 `맞춤법`이 아니라 `마춤법`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통일안의 제19항에서는, "형용사의 어간에 `이`나 `히`나 또는 `후`가 붙어서 동사로 전성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바꾸지 아니한다(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로 규정한 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굳히다, 잦히다, 밝히다, 넓히다, 늦후다, 맞후다`를 취하고 `구치다, 자치다, 발키다, 널피다, 느추다, 마추다`를 버린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분명 소리 나는 대로 적었던 방식인 `마추다`를 버리고 어간의 원형인 `맞`을 밝혀 적는 `맞후다`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규정과 일관되게 `마추다`의 명사형인 `마춤` 또한 버리고 `맞훔`을 취해 통일안의 제목을 `한글 맞훔법`이라 해야 옳다. 그런데 1933~1937년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지 제목과 머리말 등에는 계속 `마춤법`이라 적혀 있으니 이는 19항 규정에 위반되는 표기였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위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총론 첫 문장은 "한글 마춤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였다. 이는 오늘날 한글맞춤법의 총칙 제1항과 같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맞훔` 및 `마춤`과 관련된 우리말 어법은 무엇인가? `격음화^거센소리화 법칙`이다. 당시 한글마춤법의 안을 낸 핵심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이희승은 이 `격음화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932년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동아일보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조선어철자법토론회에 참여하면서 `ㄱ+ㅎ^ㅋ, ㄷ+ㅎ^ㅊ, ㅂ+ㅎ^ㅍ, ㅈ+ㅎ^ㅊ`의 격음화 자료를 제시했다. 거기에도 분명히 "맞후→마추"가 보인다. 규정은 `맞훔`인데 제호는 `마춤`이라는 이런 불일치는 1940년이 되어서야 개정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춤`만 `맞훔`으로 고치면 됐는데, 조선어학회는 이상하게도 규정과 표기 모두를 손보았다.

 

1940년 6월 15일자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19항 을 보면, `갖후다, 낮후다, 늦후다, 맞후다`의 사동접미사 `후`를 `추`로 고치고 `마춤법`도 `맞춤법`으로 고친 것이다. 원자를 쪼개면 원자핵과 전자로 나뉘듯, `마추다`의 `추`는 `ㅈ`과 `후`로 분리된다. `ㅈ`을 `마` 밑으로 보냈으면 남는 것은 `후`이니, 어법에 맞게 `맞훔법`으로 써야 마땅하다. 그런데 조선어학회는 `마춤법`과 `맞훔법`을 모두 버리고 `맞춤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표기법을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본래 규정에 따라 `맞훔법`으로 고쳐놓고 보니, 그게 `맏훔법`으로 변해 `마춤법`이 아닌 `마툼법`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뜻밖의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마춤`을 택하면 19항 자체를 폐기해야 하고, `맞훔`을 취하면 의도와는 달리 `마툼`으로 읽히고 만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맞춤`이란 표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도칵`으로 발음되는 `독학(獨學)`을 `독칵`으로 적는 것과 같은 불합리하고 잘못된 철자법이다. `마추다`는 `마초이다` 또는 그것의 합침(초+이^쵸)인 `마쵸다`의 변음이다.

 

그러니 그 안에 사동접미사 `이`가 들어있어 `마추다^마츄다`임을 헤아려야 한다. `맞`을 굳이 밝힐 요량이면 `맞흄법`으로 적으면 구개음화법칙도 작동돼 `마츔법^마춤법`으로 읽힐 것이다. 사실 `만남`은 `맞남`인데 원형인 `맞`을 취하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그것처럼 쉽고 일관되게 `마춤법`으로 통일해야 세종의 바람대로 국민들이 맞춤법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일용에 편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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