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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2)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기사입력  2019/05/26 [15:33]
▲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의 한 사람인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을 보면 그 중심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플라톤은 한 손에 `인간 사회의 근본`을 논한 `티마이오스`라는 책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며 걸어 나온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 인간의 실천론을 다룬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을 들고 다른 쪽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다. 최선의 인간 삶을 추구하는 것과 그것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이 영원한 긴장을 이루고 있음을 이보다 압축적으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어떤 정치를 통해 어떤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당시의 현실에서 플라톤은 민주주의의 반대자였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에 대해 플라톤보다 훨씬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론의 구조로 보면 정반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균형과 중도를 중시했다면 플라톤은 혁신과 신체제 건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점진적 개선과 제도의 보완을 중시하는 보수적 현실주의 사상의 원조에 가깝다. 그에 반해 플라톤은 반체제 혁명론의 사유 방법을 만든 철학자다. 


통치자의 가족과 재산을 공유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그는 국가 공동체 안에서의 삶을 가족이나 사적 삶보다 우선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플라톤의 `국가`에는 늘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옹호서`와 같은 위험한 오명이 따라붙는다. 고전은 문제를 새롭게 보는 패러다임으로서 힘을 갖는다. 이는 현실의 전부나 일부가 가진 권위나 가치를 부정하는 효과를 낳기에 늘 위험이 동반된다.

 

게다가 고전의 저자들은 그저 상황을 예측하는데 만족하는 대신 관여하고 변화시키려는 헌신의 징표로서 자신만의 개념과 정치 언어를 사용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정치사상 연구를 대표했던 셸던 월린은 정치 고전의 역할이란 오해와 모멸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의 관성이 미래가 될 수 없다는 "경고의 언어"를 주저 없이 발설하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플라톤의 `국가`가 그런 책이다. 플라톤의 `국가`에는 아주 재밌는 비유가 실려 있다. 책 말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동굴 속에 갇혀서 그림자에만 의존해 사물을 판단한다.


`동굴의 우화` 라고도 불리는 이 장면은 편협한 대중들의 독선적 의견에 휘둘리는 현실의 민주 정치를 빗댄 것이다.  그때 한 철학자가 우연히 동굴을 벗어나 세상의 참된 지식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는 동굴 밖에서 참된 삶을 이어 가지 않고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돌아간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말하며 다르게 살기를 권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여겨 모욕하고 철학자는 핍박받는다. 왜 그는 현실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고 또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 것일까? 플라톤의 `국가` 안에서 그에 대한 직접적 대답을 찾기는 어렵다. 정치 공동체에 속해 살아야만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플라톤 자신의 교리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현세에서는 오해 받는다 해도 정의를 세우려 노력하는 것이 구원받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하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지치지 않고 최선의 정치의 길에 대해 말하겠다는 것, 그것이 플라톤의 `국가`를 위험한 고전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25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테네 시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우리의 삶을 본다면 지금의 정치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미래였다고 여길까? 평균 연령이 30세 정도에 불과했던 그때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고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되었지만 과연 오늘날 우리는 그들보다 더 도덕적인 정치와 지적인 삶을 향유하는 존재가 된 것일까? 플라톤의 `국가`는 우리를 늘 근본적인 질문 앞으로 끌어당긴다.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오늘의 우리를 성실하게 돌아보는 일과 같은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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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6 [15:3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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