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
 
전영아 시인   기사입력  2019/05/29 [16:56]

동심원 둥근 태양의 무늬를 등에 지고
깊고 어두운 터널을 건너왔어요
수천 년 전, 암석에 기원했던 겹겹의 무량한 주술이
내 몸에 새겨진 줄 까맣게 몰랐어요

 

세속과 신성의 경계 사이를 주제하는
제사장의 권위였던 생을 지나
태양계만큼 넓고 긴 시ㆍ공간을 지나
몇 겁의 전생에 전생을 지나
빗살무늬 기하학적 세문이 새겨진 청동거울의 기억을 지닌 채
파경 되지 않은 온전한 명경으로 환생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이 거꾸로 읽히는 나는
나를 관통하여 다른 세상을 다녀오는 당신을 볼 때마다
당신의 진심까지 곡해할까 두려워요
텅 비어 공허한 내 연민을 당신은 알 리 없고
당신의 뒤꿈치를 붙잡을 방법이 없어 쓸쓸하고 쓸쓸해요
내 존재의 의미를, 그 주술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나는
내세의 동굴 벽에 당신을 묶어두고 싶어
자주 청동의 얼굴을 반짝반짝 닦아요

 


 

 

▲ 전영아 시인   

비 온다. 결별의 몸매 황홀하여 모든 꽃은 다 슬프다. 사랑하고 그리운 것들은 모두 내게서 안드로메다 성운만큼이나 멀어져 갔다. 삶에서 사랑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청춘의 봄날을 눈물로 다 보냈을 지라도 아직도 나는 사랑에 목마른 꽃사슴이다. 비애 롭다. 꽃이 그리운 오늘 빗소리를 견디며 종일 시를 쓴다. 꽃 사러 가야겠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5/29 [16:56]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