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는 유독 비 한 방울 오지 않은 채 맑은 날씨를 유지했다. 쾌청하고 맑은 날씨였음에도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을 웃도는 날들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짜증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불평을 늘어놨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고,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등 불편함을 상당히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비는 그동안 상승한 기온을 낮춰줌으로 자연의 시계가 균형 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게 바로 우리 인간들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를 보며 문득,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에서도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리고 비오는 날도 있으며 때로 맑은 날만 지속되는 게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 줄 때도 있다. 이렇게 우리의 바람과 상관없이 엉뚱한 일들이 우리 인생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그 불편함들을 인내하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삶은 더욱 균형 있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
많은 대상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과 문제 앞에서의 순간, 그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앞에서 인내하고 견딜 힘이 없기에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해 현실을 도피하고,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는 한다. 그 순간을 견뎌낼 때 견딜 수 있는 힘도 생긴다.
하지만 많은 대상자들이 그 찰나의 순간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의 길로 가는 것을 보았다. 오랫동안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며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상자들을 알게 될수록 그런 생각들은 사라졌다. 남들이 봤을 땐, 충분히 견디고 인내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일 수도 있다.
전제는 우리와 같이 그렇게 화목하진 않더라도 그저 평범하게 남들과 같은 가정과 환경에서 자랐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정도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많은 어려움과 상처 가운데 방치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어떨까. 오랜 시간 동안의 반복된 상처와 방임이 대상자들로 하여금 관계와 사고의 왜곡을 만든다.
아무리 주변에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사랑을 준다 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시켜버린다. 단기적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나마 지적장애가 있는 대상자들은 그 순간만이라도 온전히 사랑과 관심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은 그마저도 왜곡시켜버린채 방황한다. 평생 그런 관계와 혼란 가운데 살아간다.
그러한 모습을 매일 매일, 이 현장에서 지켜본다. 그렇게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고, 붙잡고 있으며, 현재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100%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같은 기관과 선생님들조차도 그들에게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쉼터에 있을 수 있는 2년 6개월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왜곡된 사고와 생각이 쉽게 바뀔 수 없음을 인정하기까지 말이다. 우리 자신 또한 마찬가지이면서 그들에게 그 시간 안에 무조건 바뀌기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는 요즘이다.
성매매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사 중이었는데 얼마 전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청년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의 고민이 담긴 몇 가지 질문들을 받았다. 쉽게 관심 갖기 어려운 이 성매매 문제에 대해 용기를 낸 그 청년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부디 이 쉼터를 떠나서 살아갈 대상자들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끊임없는 도움의 손길들이 내밀어 지는 사회에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