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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엄마, 아빠의 공동 프로젝트
 
장주연 서울 성수고 교사   기사입력  2019/05/30 [20:07]
▲ 장주연 서울 성수고 교사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육아는 그야말로 논스톱 서비스이다. 눈을 뜨자마자 기저귀를 갈고, 아이 이유식을 준비해 먹이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가 위험한 것을 만지지는 않는지 노심초사하며 기어 다니는 아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정작 나의 끼니를 챙겨먹는 일은 잊기 일쑤다. 어지럽혀진 집안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이의 에너지가 방전되어 낮잠을 잘 때나 가능하다.

 

젖을 먹이기 위해 아기와 함께 잠시 침대에 눕는 것이 하루 중 호사를 누리는 시간일 정도이다. 이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또 그 하루가 매일매일 반복되다 보니 피로와 육아 스트레스가 쌓여 바람이라도 쐬려고 밖이라도 나가는 날에는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집안 일을 두배속으로 빨리 해내야 한다. 어떤 때는 단 한번도 바깥 외출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나기도 한다.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주말에는 남편이 육아와 집안 일을 도맡아 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램이 생기기도 한다.


라떼파파라는 별명까지 가진 필자의 남편이지만 육아와 집안 일을 대하는 태도는 필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바로 `주인의식`이 부족한 점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아직 8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필자는 아이의 전반적인 일과를 꿰고 있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저글링하며 해낸다.

 

예를 들어 아이의 이유식을 젓는 중간에 똥을 싼 아이를 씻기고, 이유식에 추가로 들어갈 양파를 썬다든가 하는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을 흉볼 생각은 없지만, 남자들은 보통 "이제 뭐 해야되?"하고 묻는 것으로 육아에 있어서 보조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육아가 엄마와 아빠의 공동 프로젝트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 책임의 경중 또한 동일하다는 것을 외면한다. 일례로, 필자의 남편은 이제 8개월에 접어든 셋째 아이의 이유식을 담당하기로 해놓고도 가끔씩 유난스럽게 요리를 하기는 하지만 매일, 매순간 아이의 먹을 것이 있는지 여부를 신경 쓰지는 않는다. 아이가 당장 다음으로 먹을 이유식이 없다던가, 아이가 평소보다 덜 먹는 것 같다든가 하는 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필자의 몫이 된다. 외출을 할 때도 아이의 예상되는 필요를 섬세하게 챙기는 일은 엄마의 책임인 듯, 남편이 가방을 챙길 때는 늘 실수가 예상된다.     


주 양육자는 엄마이고 아빠는 부 양육자라는 생각을 가진 아빠들이 많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잘못 습득한 왜곡된 패러다임 때문이다. 임신의 과정을 포함해 역할이 조금 다를 뿐 엄마 아빠는 아이의 주 양육자이자 육아의 동등한 동역자이다. 엄마 아빠는 누가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의지할 것 없이 함께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해내야 하는 한 팀이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아이의 복지와 안위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수많은 집안 일을 `내 일`로 여기고 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아이의 필요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은 엄마 아빠 모두에게 있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대다수의 여성이 아이의 탄생으로 인한 과중한 책임과 자유의 구속에 압도(overwhelmed)된 경험이 있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엄마의 마인드가 장착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인 아이를 책임지고 보살피다보면 어느새 엄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를 다루는 그 존귀한 사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아빠 또한 육아의 거룩함을 경험하는 영광을 누린다. 그 어려움 또한 느끼게 된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고 8개월이 되는 동안 필자는 운동이나 마사지 치료를 제외하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아이 셋을 남편에게 맡기고 외출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셋째 아이를 보며 집에서 하루를 보낸 남편이 약간의 무력감을 느꼈던 것을 말해 주었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필자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그 마음을 함께 느껴 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아기의 목욕 만큼은 매일 책임지고 시켜주는 남편을 볼 때 애정이 샘솟는다.

 

엄마 아빠가 함께 육아와 집안일에 대한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짐을 나눠질 때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부부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동지로서의 관계가 부부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한쪽이 그 책임을 외면한다면 불합리함에 대한 서운함으로 그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 아이를 낳고 관계가 악화된 부부가 있다면 아이 양육의 책임을 공평하게 나눠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언어 중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봉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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