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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회> 할머니와 손녀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06/18 [16:02]
▲ 하송 시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허블레아니호`에는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이 탑승했는데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23명과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이 숨지고, 3명은 아직 실종 상태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은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유람선을 침몰 시킨 경위부터 시작해서 사건 발생 후에도 구조작업이나 어떤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 한 점입니다.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과 사고 후에 빨리 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 안타까움과 비통함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가 손녀를 꽉 껴안고 있었어요. 너무 꽉 안은 채로 경직돼 결국 할머니와 손녀의 시신을 함께 옮겨야 했습니다."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했던 헝가리 재난대책본부 소속 잠수부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여행은 맞벌이를 하는 아이 엄마가 딸을 돌봐주시는 부모님과 함께한 효도여행이었습니다. 대형 쿠루즈 선박이 작은 유람선을 덮치면서 7초 만에 침몰하게 되고 가족 모두 배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수면 위로 사체 인양 후에도 할머니가 손녀를 안고 있는 강직상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힘을 다해서 손녀를 끌어안았던 것입니다. 물이 역류하면서 책상, 냉장고 등 주변 집기가 할머니와 부딪혔는데도 손녀를 껴안은 모습이 유지된 것은, 마지막 순간에 할머니가 손녀를 얼마나 사랑으로 힘껏 끌어안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며 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할머니를 살해한 19살 손녀 이야기가 떠들썩합니다. 자택으로 찾아온 외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잡혔습니다. 사건 당시 함께 사는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습니다. 손녀가 걱정돼서 방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에서 밝힌 살해이유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혼자 죽기 억울해서 할머니랑 같이 가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해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행 가능성도 보고 있는데,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미리 구매한 계획범죄이기에 더욱 오싹하고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만원 내고 자랑하세요!" 모임에서 연세 지긋하신 지인들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손주 자랑을 시작하자 누군가가 한 말입니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휴대폰 속의 손주 사진과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랑 삼매경에 빠지는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을 표현할 때 흔히 `내리 사랑`이라고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 대비해서 자식이 부모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부모의 손주 사랑은 어떤 말로도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어찌나 예쁜지 혼이 나가버리게 되더라.`고 했습니다. 어려서 조부모님과 시골에서 살 때, 세상은 온통 내 것이고 뭐든지 말만 하면 다 이뤄지는 세계였습니다. 그 때만해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 영광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명절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부모님이 시골에 한 번씩 오시면 반가움도 잠시, 아버지는 내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꾸중을 이어갔습니다. 그 때마다 할머니는 무조건 손녀 편을 들며 아버지를 나무라셨습니다.


부모님 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할머니의 보호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공녀`에서 `잿더미 소녀`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에서의 영광은 온전히 조부모님의 사랑 덕분이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할머니ㆍ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앞으로의 소박한 꿈 중에 하나가 조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을 내리 사랑으로 손주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회가 올지 미지수입니다. 아들 둘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장차 결혼 대신에 강아지를 키우며 살겠다고 하는 걸로 봐서 강아지의 할머니가 될 각오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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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8 [16:0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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