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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에 행진곡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9/06/23 [15:33]
▲ 유서희 수필가   

며칠 전 둘째아들이 선물이라며 그림퍼즐을 사 왔다. 오랜만에 퍼즐을 보니 반가움이 앞섰다. 그림퍼즐의 상자 표면엔 여러 대의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고 빼곡히 들어선 집들은 화려한 불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있다. `지중해`라는 이름의 그림 속에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웃과 마주앉아 하루의 안부를 나누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림퍼즐을 보니 빨리 맞추어 복 싶은 욕구가 솟아나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 9년 전,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1년 뒤, 힘든 시집살이 속에서도 유일한등불로 위안이 되어 주시던 시아버님마저 돌아가셨다. 사막 위에 혼자가 되어 실 끊어진 연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헤매 일 수밖에 없었다. 험한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는 듯한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 그 고통을 견디는데 큰 힘이 된 것이 그림퍼즐 맞추기였다.


어머니와 시아버님을 보내고 작은 바람에도 세차게 흔들리는 나뭇잎에 눈물을 지으며 지내던 어느 날, 그날따라 하늘은 잿빛 구름을 잔뜩 뿌려 놓았다. 시집 한 권을 가슴에 안으면 시린 가슴에 온기가 돌 것 같아 서점으로 갔다. 한참을 고른 끝에 마음에 드는 시집을 안고 돌아서는데 투명한 비닐로 포장 되어 있는 그림퍼즐이 눈에 들어왔다. 퍼즐 맞추기를 좋아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맞추기를 즐겼다.

 

 그러다 할 일이 많아지고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오랜 시간동안 앉아서 그림을 맞출 수 있는 여유를 잃게 되었는데,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나가던 즐거움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는지 퍼즐을 보는 순간 나의 눈빛이 환해졌다. 당장 집에 가는대로 그림퍼즐을 하고 싶은 욕심에 시집과 함께 150피스의 그림퍼즐을 두 개나 샀다. 그렇게 나의 그림조각 맞추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예전의 실력을 발휘 해 볼 마음으로 150피스 정도쯤이야 하며 자신감을 갖고 먼저 모서리와 테두리의 조각부터 찾았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테두리의 조각을 맞추는 시간만 30여분이 걸렸다.


예전 같으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건만 마음이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봐선 맞을 것 같은 조각도 막상 맞추어 보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을 가야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며 첫 발걸음을 내딛는 그 막막함이 덮쳐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면서 쉬어 가듯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그림퍼즐의 매력은 그림의 조각과 조각이 선과 면이 딱 맞아질 때다. 상자의 그림을 볼 때는 쉽게 구분이 되었으나 퍼즐 조각을 뿔뿔이 흩어 놓고 하나씩 찾다보면  혼란스러워 눈이 흐려진다. 잘려진 선모양도 그것이 그것 같아 몇 번을 맞추어 보지만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렵게 선과 면이 맞는 조각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매우 크다.


그림퍼즐의 또 다른 매력은 머리를 맑게 해 준다. 그림을 맞추다 보면 온갖 잡념을 잊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들이 사라진다. 고민이 있거나 머리를 맑게 비워야 할 땐 퍼즐 맞추기가 제격이다. 그림퍼즐의 재미와 함께 스도쿠의 매력에 매료된 적도 있었다. 스도쿠는 가로와 세로가 9칸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로줄과 세로줄에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겹치지 않도록 한 번씩  채워 넣는 숫자퍼즐이다.

 

숫자의 합산을 계산하며 끼워 맞추었을 때의 기쁨이 꽤나 짜릿했었다. 숫자를 맞추기만 하면 끝나는 스도쿠와는 다른 그림 퍼즐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상자의 그림을 볼 땐 금방이라도 모두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조각조각을 흩어놓고 그림을 보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만큼 자신과의 싸움을 필요로 한다. 언뜻 보기엔 분명 쉽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녹슬어가는 자신의 기억력과 관찰력을 믿으며 자신만만해 하며 덥썩 조각을 잡아 보지만 단번에 맞추는 경우가 드물다. 


인생을 퍼즐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각난 그림들 완성해 가듯 한 땀 한 땀 내 삶의 그림을 수놓으며 나를 완성해 간다. 마음처럼 모든 일이 쉬워 보이는 것 같지만 막상 현실과 부딪혀 보면 그렇지 못해 좌절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뜻밖의 기쁨이 찾아 와 한없는 행복에 빠지기도 한다. 흐리고 맑고 붉고 노란 각양각색의 모양과 색깔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휴식을 끝내고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그림을 찾아 조각을 맞춘다. 어디서부터 어떤 조각을 맞추어야 할지 막막하게 보여지던 조각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면서 그림에 생기가 돈다. 나는 가장 밝게 눈에 들어오는 퍼즐 조각 하나를 들어 그림에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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