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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항아리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대표   기사입력  2019/06/26 [18:13]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연구소 대표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예술품을 꼽으라면 `달 항아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는 달항아리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를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미술품의 미래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문경매시장인 서울옥션 측은 6월 경매에 달항아리 잔치를 미리 예고해 왔다.

 

출품작은 높이 46센티미터 백자대호를 비롯하여 김환기(1913~1974) 화백이 1958년 캔버스에 담은 달 항아리 그림, 한국화 백자대호에 철쭉꽃을 꽂은 민경갑(1933~2018)화백 작품, 달 항아리 아름다움만을 더 실감나게 극대화하는 구본창(1953~)작가 사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홍콩 경매에서 높이 45cm 백자대호가 24억7572만원을 기록한 한국도자기 최고가를 갱신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달 항아리는 크면 클수록 그 풍모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이끌림이 있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보름달과 같은 순백의 달항아리는 우리보다 도자문화가 앞섰던 중국이나 우리 도자 기술이 전해졌던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법이다.


조선의 공예가 내면에 깊은 철학적 바탕을 이루었으며, 완성도 높은 기술수준과 혼연일체가 되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달 항아리` 학술명 `백자대호`는 어떤 존재일까? 도자기를 분류할 때 대략 가로 세로 높이가 40cm 이상 되는 것은 이름 뒤에 `대호(大壺)를 붙인다. 백자대호를 만드는 재료인 백토는 점성이 좋은 반면 형태를 유지하는 가소성(可塑性 : 점토에 외력을 가하여 변형된 형태가 더 이상 외력을 가하지 않아도 그 형태를 유지하는 성질)이 떨어진다.

 

또 구워내면 강도가 센 반면 불에 견디는 내화도는 낮아 굽는 과정에서 주저앉을 염려가 크다. 그래서 선뜻 물레로 한 번에 만들기가 어렵다. 대호 같은 큰 작품은 누구나 좋아하기에 가지고 싶고 만들어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연유에서 도예 작가라면 한번쯤은 달 항아리를 만들거나, 스스로 도전하고픈 목표로 삼기도 한다.

 

당장이 아니라도 바람만큼은 가지고 간다. 몸통은 두 개의 큰 발을 만든 다음 잘 붙여 만들 때 완전한 대호가 된다. 발을 따로 따로 만들어 붙이기에 건조시간이 다르고 그 과정에서 바람결이 지나는 쪽 입술이 많이 수축하게 된다. 이것은 성형 때 약간 꿀렁거려 구워져 나왔을 때 수더분한 선으로 표현되는 예고된 운명이다. 애초부터 반듯하게 세우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네 인생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조선후기에 만들어져 전해지는 백자대호는 20여 점 정도라 한다. 그 중 국보가 3점, 보물이 4점, 시도유형문화재로 1점이 지정 관리되고 있다. 백자대호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경기도 광주의 사옹원 분원관요(分院官窯)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더 구체적인 연원은 알 수 없으나 `달항아리`란 이름은 하얀 바탕색과 둥근형태가 마치 보름달을 닮았다하여 붙여졌다. 고래로 `달`은 문학, 미술, 생활문화 속에서 중요한 소재였다.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에서의 달은 삶의 가난과 어둠을 쫓는 밝음으로 그리고 기다림의 정으로, 신라향가 원왕생가(願往生歌)에서는 서방정토의 빛으로 그려졌다. 시문학에서는 흥을 일깨워 주는 매체로 다루었다. 달은 밝고 원만하여 한 모습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강이나 바다에 비친 달은 어느 곳에서나 그 모습과 밝음을 유지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항구여일한 진리의 보편성을 상징하고 그 진리가 구석구석 고르게 미침을 믿었을 정도다. 달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 빛이 부드럽고 감싸는 듯 물기를 머금은 듯 만상의 영감을 느끼기에 충만하다.


요컨대 달 항아리를 감상할 때도 설백(雪白), 유백(乳白) 매백(梅白) 크게 세갈래 빛깔을 찾아서 보면 감흥이 더욱 깊어진다. 먼저 하얀 눈과 같은 빛깔, 우윳빛 같은 불투명한 빛깔, 매화꽃이 비치는 약간 매운듯 한 빛깔을 떠올려 보자. 이런 오묘함으로 인해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거나 모티브(motive)를 살려 작품에 접목한 이름난 작가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건축한 `데이비드 치퍼필드`도 달 항아리 영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나무로 만든 달 항아리(김규), 한지로 빚어서 만든 달 항아리(이종국), 대형 캔버스에 그린 달 항아리 한 점(문서진), 10여 년간 달 항아리만 그린 `카마(kama)시리즈`(최영욱) 작품들이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달항아리를 탐미하는 작가들의 변이와 진화는 이어질 것이다. 결국 장르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너진 경계는 다시 또 다른 장르로 생겨나는 것이 예술의 이치가 아니던가. 올 한해의 반환점에서 한없는 포용과 기대고 싶은 편안함을 선사해 주는 달 항아리 있는 곳을 찾아 감상하고 마음의 위무를 삼으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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