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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회> 어머니의 호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6/30 [15:50]

등이 가려울 때 손을 뻗어 등을 긁듯이
어머니의 호미가
고구마밭 이랑 어깻죽지나 옆구리 그 아래 사타구니를 득득 긁어 준다
못 견디게 가렵다고 실실 웃던 초등학생 불알만 하던 고구마들이
땅속 여기저기서 흐무지게 부플어간다.

 

호미날을 세워 긁어주는 동안
손금마저 다 닳았을 저 어머니의 호미
때로는 진저리치게 가려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제가 제 몸을 긁어 댈 수 없어도
그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삶이 가려운 날은
어머니의 호미 앞에 가려운 곳을 내밀어라

 


 

 

▲ 정성수 시인    

옛집 허청에 호미 한 자루가 붉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밭에서 돌아 온지 오래건만 호미 날에 흙이 묻어있다. 날은 뭉툭해졌고 자루는 반질반질하다. 세련미는 온데간데없고 형체마저 가뭇한 호미는 반세기를 어머니와 함께 했다. 호미는 허리 한번 제대로 표지 못했다. 호미의 젊은 날은 땅을 파고 씨앗을 묻는 일이 전부였다. 자식들에게 한 생을 바친 호미는 아버지 등 뒤에서 조차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이었다. 식솔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낫이나 곡괭이나 쇠스랑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허청 벽에 한동안 걸려있던 삽은 아버지와 함께 산으로 갔다. 가족이 들판에 나가 일하던 그 때는 식구 수보다 연장 수가 더 많았지만 이제 옛집에 남아있는 농기구라고는 어머니의 호미 하나뿐이다. 고즈넉한 허청을 바라보는 동안 이 방 저 방에서 식솔들이 도란도란 주고받던 말소리가 선연히 들려온다. 어머니의 호미를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 어머니가 호미를 들고 천천히 걸어온다. 어머니의 체온 앞에 무릎 꿇고 싶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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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30 [15:5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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