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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장례식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19/06/30 [19:43]
▲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사돈이 운명하셨다고 딸이 전화로 부음을 전해왔다. 사위가 타지에서 근무하기에 사부인과 딸이 함께 임종을 지킨 가운데 운명을 하셨다. 딸은 갑작스런 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에게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나는 사돈이 돌아가셔서 애석하다거나 슬프다는 생각보다 딸이 큰일에 잘 대처해야 할 텐데 라는 걱정이 앞섰다.

 

근성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구체적인 장례절차는 사위가 오면 의논해서 해야겠지만 그때까지는 병원에 자문을 구하여 급한 대로 대처를 하라는 말만 일러주었다. 카톡- 카톡- 하는 소리에 휴대폰을 켜니 딸이 보낸 부고장이었다. 깔끔하게 부고를 만들어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부고 앱이 있는 줄 몰랐던 내가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늙은이란 생각에 슬펐다. 아마 딸도 급한 마음에 조건반사적으로 나에게 전화를 하긴 했지만 이내 더 좋은 조력자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모양이었다.


삼십여 년 전,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가 초등학교 때 보았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의 절차를 기억해내는 일이었다. 그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의 장례식을 주도했다. 집안 아저씨에게 호상을 부탁하고, 손수 부고를 써서 인편으로 돌리는 데 출상 전에 도달이 될지도 걱정이었다. 부고는 장례식의 시작일 뿐 해야 할 일은 태산같이 많아 슬픔을 느낄 시간조차도 없었다. 수백 통의 부고는 단 몇 초 만에 보내지고 받은 사람들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요즘의 장례절차는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 폰으로부터 시작된다. 스마트 폰은 만능해결사이자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고 스승인 샘이다. `스마트 부고` 이름과 날짜 등 지정된 문구 몇 자만 입력하면 바로 보낼 수 있는 부고장이 완성된다. 부고를 받은 사람이 부고에 있는 화환보내기 메뉴를 클릭하면 몇 분 안에 근조화도 보낼 수 있고, 弔文(조문) 보내기 메뉴를 클릭하면 멋진 문구의 조문을 상주에게 전해준다. 사정상 弔問(조문)을 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부의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번호까지 부고장에 포함되어있다. 장례식장 장소를 클릭하여 승용차에 놓아두면 내비게이션과 연계하여 길까지 상세하게 안내 해준다.


스마트 부고의 안내를 받으며 장례식장으로 가면서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라고 감탄하지만 한편으로 딸이 걱정되었다. 음식준비며 조문객의 접대는 어떻게 하는지. 묘지는 정했는지. 화장을 하는지. 납골을 하는지. 그 많은 일을 의논할 형제도 없이 어떻게 할까. 예전 시골에서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접대를 할 사람, 상여를 만들고 멜 사람 등 온 동네가 모두 한 가족처럼 일했다.

 

걱정스런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상복도, 음식도, 도움을 주는 도우미도 스마트 폰으로 모두 해결 했다며 걱정을 말라며 스마트 폰을 번쩍 들어 보여주었다. 화장장과 화장 시간도 예약했고, 납골당도 검색하여 적합한 곳으로 예약까지 마쳤단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구시대적인 사고로 쓸 데 없이 염려를 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무랐다. 장례식장에는 지하철만큼은 아니지만 스마트 폰을 보고 있는 상주나 조문객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스마트 폰 사용이 업무가 된 세상이라 엄숙해야할 장례식장에서 경박한 행동이라고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상주의 친구들이 밤샘을 하면서 화투를 치던 상가의 모습은 이젠 보이지 않았다. 조문객도 자정이 되기 전에 모두 돌아가고 상주들은 빈소 옆에 붙은 거실에서 잠을 잤다. 예전에는 장례기간 내내 뜬눈으로 지내야만 했는데. 스마트 폰 때문에 장례식장의 풍경도 스마트해진 것이었다. 간간히 스마트 폰으로 장례식의 중요한 모습을 사진 찍어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외손녀는 심심한지 장례식 기간 내내 스마트 폰을 끼고 살았다.

 

그러다가 무슨 좋은 수라도 생겼는지 상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과학의 발전으로 삶을 날로 편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세상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추모공원 납골당은 계약기간이 15년이란다. 한차례 연장은 가능하단다. 외손녀는 제 할아버지가 모셔진 납골당 번호 앞에서 호실번호와 같이 셀프 촬영을 하면서 "할아버지 집 번호를 찍어두었으니 자주 찾아올게요." 하며 활짝 웃는다.
저 아이가 상주가 되었을 때쯤이면 납골당이나마 있으려나? 그땐 모든 장례절차를 인공지능(AI)이 진행하는 AI장례식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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