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구청장은 3D 업종…고향에 헌신ㆍ봉사한다는 각오 없으면 못 버틸 것"
이동권 북구청장 취임 1주년 인터뷰
소통행정은 경청에서 출발…"민원인 이야기 잘 듣기만 해도 절반 해결돼"
북구, 자동차 산업 의존도 높아 산업 다양화ㆍ지역 역사문화자원 관광화해야
 
정종식 기자   기사입력  2019/07/01 [16:24]
▲ 이동권 북구청장    

 

울산시는 지난 2015년 3월 북구 상안동에 농소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는 대신 4억원을 투입, 인센티브로 인근 새터마을에 A도로 개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해 갑자기 북구청이 기존 노선 대신 B 도로를 개설키로 결정하자 A 도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농촌지역에서는 도로 노선에 따라 주변 땅 값이 크게 변하고 토지이용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이런 일에 매우 민감하다. 


이후 B 도로 건설이 시작되고 해당 도로변 지주들이 보상을 받기 시작하자 A 도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검찰에 이 사실을 고발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조사를 받는가 하면 일부는 징계까지 당했다.


그러나 이미 토지 보상이 상당히 진행됐고 도로건설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원은 `행정의 연속성`을 이유로 B도로 건설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A 도로 지주들이 북구청을 찾아 가 여러 번 항의했으나 법원 결정을 근거로 담당 부서가 민원 상담을 거부했다.


이런 속앓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A 도로변 지주들은 2018년 이동권 북구청장이 새로 취임하자 진성서를 내고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시행된 사업이어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A 도로변 지주들은 경운기 등 농사용 기계들이 다닐 수 있도록 기존 계획돼 있던 C 농로(農路) 폭을 확대해 줄 것을 그에게 건의했다.


"도로 폭을 더 넓히려면 예산을 더 증액해야 한다"며 담당 공무원이 난색을 표하자 당시 현장에 있던 이 구청장이 "다른 곳에서 예산을 가져오더라도 농로를 넓혀 주라"고 지시했다.


그 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가 꽉 차 있었던 지역 주민들은 이 말에 `반(半) 분(憤)이 풀렸다`고 한다. 지난해 7월 2일 취임한 이동권 북구청장은 "민원인들 이야기를 잘 듣기만 해도 절반은 해결 된다"고 했다. 소통행정의 첫 단계가 경청이라는 것이다. 


-그런 행정 철학은 어디서 나왔나
"30여 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민원 부서에서 일했다. 민원인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가 처리되지 않아 억울해서 찾아온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다. 이야기만 잘 들어도 민원 절반은 해결된다. 그리고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서울시청에 있을 때 직원 3~4명과 청계천 복원 작업으로 주변 상가 정리를 시작했다. 당시 동대문 청계천 일대에는 노점상만 1천 800명이 있었다. 상인은 20만 명이 넘었다. 각종 단체별 회장만 500명이나 됐다. 이들을 일일이 만나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다"


그는 당시 청계천 인근 동대문 운동장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 불법 노점상들을 모두 이곳에 모이게 했다. 운동장 트랙에 1천 200개의 가판대를 설치하고 거기서 장사를 하라고 했더니 처음엔 `장사도 안 되는 곳에 들어가라 한다`며 노점상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가 홍보하고 운동장 구경삼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지금은 서로 들어오려고 야단이다. 그렇게 형성된 것이 요즘 한껏 유명세를 누리는 `황학동 풍물 시장`이다.  


-공무원들에게 재량권이 주어진 것 같다
"청계천 주변 상가를 정리할 때 90% 합법아고 10% 불법인 경우 공무원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북구청장에 취임한 뒤 지역 경제계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공무원 재량권에 관한 것이다. 울산 공무원들은 재량권이 없어 북구에 들어서야 할 자동차 부품업체 상당수가 경주시 외동 농공단지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재량권을 최대한 허용할 생각이다"


경주시 외동 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자동차ㆍ조선 부품 중소기업체의 상당수가 울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장설립 허가 조건이 경주보다 까다로워 울산업체들이 시ㆍ도 경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구상이 있나
"동대산 정상에서 경주시 앙남면 쪽으로 내려가면 경주지역에는 전부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는데 울산 쪽은 전혀 없다. 경주는 재량권을 발휘해 지역 개발이 쉬운데 울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곳 중 하나다. 이를 바로미터(척도)로 삼아 올해 하반기 서너 곳에 전원 주택지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행정지원을 할 생각이다"


-구청장 1년 차다. 밖에서 본 것과 실제는 어떻게 다른가
"서울 시청에 근무할 때 시장 3분을 모시면서 체력이 따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 해보니까 정말 3D 업종이다. 현장 뛰어다는 건 어렵지 않다. 정책결정이 정말 어렵다. 구청장이 한번 내린 정책 결정은 주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그것을 한 순간에 처리해야 할 때가 있다. 또 한 번에 서너 개를 동시에 결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청장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보다 더한 3D 업종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구청장을 하고 있다
"메리트(이득) 없는 일이지만 당초 고향발전을 위해 정책 결정을 제대로 해서 주민들의 삶이 좀 나아지도록 하겠다는 마음에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서도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다.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는 열정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직종이다"


-어떻게 하면 북구가 잘 살수 있겠나. 콕 찍어 말해 달라
"산업체의 다양화와 역사ㆍ문화를 통한 관광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북구 산업단지에는 830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업체와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있다.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조금 어려워지자 북구가 감기 몸살을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자동차가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현대차가 정말 어려워져 대규모 구조조정에다 수출이 감소되면 북구 세수의 약 3분의 2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자동차 이외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북구만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1월 1일부터 구청에 투자유치계를 가동했다. 또 조례도 제정하고 개인적 인맥을 통해 대기업 회장들을 접촉하고 있다"


-관광산업 육성은 왜 필요한가
"지역 기업이 쇠락할 때에 대비해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ㆍ문화자산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 북구에는 정자에  유포석보, 동대산에 신흥사, 기박산성, 관문성 등 역사 유적이 수두룩하다. 지금껏 방치돼온 이 자산들을 활용하면 기존 제조업이 위축됐을 때 지역 먹거리를 보충하는 곁가지가 될 수 있다"

 

▲ 지난달 14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울산 북구를 방문, 이동권 북구청장으로부터 역사공원조성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기박산성 일원 `역사 탐방로` 조성에 관심이 많은데

"기박산성, 강동 봉수대, 관문성, 유포석보를 한 벨트로 연결하고 거기다 달천 철장까지 연결해 그곳에 탐방코스, 교육관, 전시관 등을 만들면 충분한 문화적 가치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반구대 암각화 이상 가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기박산성에는 1천400여년 전 축성당시 사용됐던 돌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복원만 하면 엣 성곽 모습을 당장 볼 수 있을 정도다. 임진왜란 당시 이 산성에서 전국 최초로 승병이 거병했다. 산성 뒤편 신흥사에 있던 승려 100여명이 기박산성에 들어가 승병이 됐다. 산성 서쪽으로 신라 남부를 방어하던 長城인 관문성이 있다. 이를 연결하면 `호국 역사 탐방로`가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북구에 들러 이 구청장이 구상하는 `기박산성 의병 역사공원 조성 사업` 추진 계획을 듣고 돌아갔다. 이 구청장은 2021년까지 총 사업비 50억원을 투입, 1단계로 동대산 정상부 기박산성 입구에 기념비, 제단, 안내판, 꽃길을 조성하고 2단계로 전시관과 전망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달천 철장에 대한 관심도 많다
"우리는 달천 철장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다. 비소가 많이 포함돼 있어 강도가 높아 달천 철로 만든 신라 칼은 고구려, 백제 칼을 부러트렸다고 한다. 또 달천 철이 일본으로 전달돼 倭의 야요이 문화의 바탕이 됐다. 자난 5월 그 지역에 갔는데 그 쪽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치성을 인정했다"


-달천 철장을 관광자원화 한다는데
"신라시대 당시 달천 철장은 수직으로 약 350m 지하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사업비 154억을 투입, 수직 갱도입구와 노천 채굴장 일대를 지하 60m까지 콘크리트를 넣어 막아 버렸다. 입구를 흙으로 막아둔 줄 알았는데 철근을 엄청나게 박아 놨다. 당시 정책 결정자들이 이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봉쇄할 것이 아니라 후대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놓거나 비소 문제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그는 달천 철장을 지금처럼 폐쇄해 방치해 둔 것에 대해 매우 분노했다. 갱도 입구를 군사 요새처럼 틀어막을 게 아니라 후대에서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당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달천 철장에서 나오는 비소 먼지에 항의하자 당시 북구청은 갱도 입구를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완전히 봉쇄했다.


그는 갱도 입구 대신 인근 달천 철장 공원일원에서 갱도를 파고 내려가 지하 60m 지점에 광장을 조성, 거기다 당시 채굴 장비, 작업 모습 등을 재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권 북구청장이 제시한 북구 역사문화자원 관광화사업은 정부와 울산시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장 문화재청장이 둘러보고 간 `기박산성 의병 역사공원 추진사업`조차 국비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의욕에 찬 지방 기초자치단체가 주체적으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정종식 기자

성실하게 진실하게 담대하게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7/01 [16:24]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