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작새의 외출
 
이주희 시인   기사입력  2019/07/02 [15:29]

엄마는 결혼 오십 년 만에 신여성이 되었다
치렁치렁한 치마저고리 대신
꽃무늬 블라우스에 옥색 깡동치마로 갈아입고
쪽찐 머리는 과감하게 잘라 파마를 한 것이다

 

새 입성이 자랑스러운지 운동 핑계 삼아
거리 구경 사람 구경을 나서고 싶어한다

 

거울을 보며 안색을 살피고
기우뚱기우뚱 돌아서며 뒤태도 확인한다
벗어진 줄도 모르는 고무신 한 짝 들고 쫓아온 청년에게 할
배꼽인사 연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되뇌어 봐도
달싹거려지는 입에서는 토막말이 나올 뿐이다
문지방에 걸려 벗어진 신발 신겨주는 가게 주인에겐
인사치레로 박하사탕 한 봉지 팔아줘야 한다
그것으론 부족한 듯싶어
콩나물과 두부를 보태기 위한 돈도 챙긴다

 

막내딸 퇴근시간에 맞춰
고등어 한손 든 검은 비닐봉지 흔들며 
한 발은 하얀 고무신 한 발은 양말바람으로 돌아올 테지만

 

중풍으로 몸 오른쪽 왼쪽이 따로 노는 엄마는
날개 활짝 펼친 공작새를 그리며
오늘도 화려한 외출을 꿈꾸는 것이다

 


 

 

▲ 이주희 시인    

어머니가 지금의 내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졌다. 여러 달 입원 치료에도 몸의 반쪽 운신이 불편해져 갇힌 듯한 나날. 햇살 찬란한 바깥 세계는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런 상황에서도 막내딸의 식사를 챙기려는 모성과 공작새를 그리며 매무새에 신경 쓰는 여성성을 보았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7/02 [15:2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