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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맞춤법 `사이시옷 규정` 문제 있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7/02 [15:31]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모름지기 한 나라의 어문 규정은 합리적이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사람들마다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져 할 따름이니라"하신 것처럼. 그런데 현행 한글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을 보면,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실제 우리말 발음과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어 매우 불편하다.

 

`사이시옷` 규정은 된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가`라는 말에서의 `가`는 된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내(川)`와 `가` 사이에 `ㅅ`을 붙인 `냇가`라는 말에서 `가`는 된소리로 발음된다. 그 앞의 사이시옷 때문에 그것과 융합(ㅺ)하여 된소리로 변하는 것이다.

 

 `戶(집 호)`가 들어간 `戶數(호수)`는 `집의 수`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물, 호수`할 때의 `호수`와 구분하고 또 어떤 수(數)인지 명확히 소통하기 위해 말로 할 때는 관습 상 `호(戶)`와 `수(數)` 사이에 `ㅅ`을 붙여 `홋수`라고 된소리 발음한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각종 국어사전에는 `횟수`는 나와 있어도 `홋수`는 찾아볼 수 없다.


현행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한자어`의 경우 2음절인 ①곳간(庫間), ②셋방(貰房), ③숫자(數字), ④찻간(車間), ⑤툇간(退間), ⑥횟수(回數)의 여섯 단어만 사이시옷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한글맞춤법 이전의 `한글맞춤법 통일안`에서는 한자어에 있어 이와 같은 강요적 제한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1958년 한글학회가 마련한 `개정한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30항 규정을 보면, 한자어 복합명사의 경우 `잇과(理科)`, `갓법(加法)`, `홋수(戶數)`, `섯자(書字)`를 예로 들며, 윗말의 끝소리가 모음으로 끝나는 한자어에는 언문일치되게 사이시옷을 붙이도록 하였다. 그 때는 분명히 `홋수(戶數)`를 인정했는데, 1988년 문교부 고시 `한글맞춤법`에선 왜 `홋수`가 사라졌을까?  "안경 돗수"할 때의 2음절어 `돗수(度數)` 또한 표준국어대사전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곳간, 찻간, 툇간처럼 뒤에 `간`이 붙은 `헛간(虛間)`은 달리 취급된다.

 

국립국어원에선 "`이유 없는`, `보람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헛-`에 `간(間)`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2018. 11. 8)라고 설명하지만, 잘못이다. 헛간은 `이유와 보람 없는 간`이 아니라 문짝이 없이 한 면이 터져 있는 광으로, 헛간의 `허`는 접두사가 아닌 `문짝이 없어 트인`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특정한 글자의 앞 또는 뒤에 사이시옷을 붙여 발음하는 방식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언어관습으로, 넓은 의미에서 `구결(口訣: 입겻)`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뒤에 `字(글자 자)`가 들어간 1958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규정의 `섯자(書字)`는 눈여겨볼만하다. 우리는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말할 땐 `자(字)`를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지만, "해(解)라는 글자"를 뜻하는 `解字`를 말할 때는 전통적으로 사이시옷을 붙여 `햇자→해짜`라고 발음한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 `셋방(貰房)`은 2음절이어서 맞는데, `월셋방(月貰房)`이나 `전셋방(傳貰房)`은 3음절이어서 틀린 표기라는 데서는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표기는 `월세방`이 맞고 말로 할 때는 `ㅅ` 융합된 된소리의 `월세빵`이 맞다니, 이는 불편부당한 언문불일치의 극치다. 또 `찻잔(茶盞)`과 `찻종(茶鍾)`의 `차(茶)`는 그 훈과 음이 `차 다`이므로, 한자어 `다(茶)`와 구별하기 위해 `차`를 순우리말로 본다는 답변은 땜질식 임시방편적 답변이다.

 

`차`는 `홍차(紅茶)`에서처럼 분명 한자음이며, `차 다`는 제2 한자음으로써 제1 한자음을 훈한 예이다. "토착음화 또는 귀화어(우리말 속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 외래어 느낌이 없이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화했기 때문에 `차`를 고유어로 간주한 것"이라는 국립국어원의 시각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및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 한자음들은 모두 뿌리내린 지 매우 오래된 우리만의 고유한 역사적 토착음들이기 때문에, `차(茶)`처럼 일괄 고유어로 보고 비한자어와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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