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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단상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9/07/04 [18:34]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비가 오는데도 밖에 나가려는 강아지들과 옥상에 오른다. 덥다고 바짝 깎은 강아지 등에 하늘에서 뿜어지는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공놀이 좋아하는 봄이는 이 정도 비는 아무거도 아니라 오줌누고 와서 빨리 공던지라고 채근해댄다. 겨울이는 비가 오는 걸 알고는 밖에 오래 머물길 원치 않는다. 봄이에게 몇 번 공던져주고 다시 내려온다. 수건을 집어 두 마리의 강아지 등과 배와 다리 사이의 빗물을 닦아준다.

 

옥상 오가는 일을 두어 번 반복하니 개들은 졸린 상태에서 게슴츠레 눈뜬 채 상황을 살피더니 이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점심을 건너뛸까 하다가 냄비에 쌀을 씻어 안친다. 잠시 조간신문을 펼쳐 읽는 사이 들끓는 냄비의 뚜껑을 열어 씽크대에 올려놓는다. 한껏 불을 높였기에 바짝 말랐던 쌀알들은 물에 불려지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빨래할 때 비누거품처럼 혹은 아이들의 거품놀이처럼 부글부글 냄비 속은 활화산처럼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물에 불려지며 불에 익어가는 쌀알들은 이제 곧 밥알이 되어 밥상에 놓여질 것이다. 


드디어 밥이 완성되고 나는 뜸지고 있는 냄비 뚜껑을 열어 밥공기에 한 주걱 밥을 뜬다. 그리고 신문 위에다 올려놓고 후후 불어 식히며 밥 한술을 입안으로 살짝 밀어넣는다. 오늘 이 식탁에 찬은 없다. 오로지 잘 익은 밥뿐이다. 쌀알이 밥알이 된 것을 입안에 다 털어 오물오물 잘 씹어 먹은 뒤 다시 냄비 앞에 선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이번에는 더 잘 익은 밥을 두 주걱 밥공기에 들어낸다.

 

이번에는 진간장을 서너 방울 밥 위에 올려주고 참기름도 두어 방울 섞어준다. 같은 냄비의 밥이라도 아까와는 식감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다시 냄비 뚜껑을 연다. 이제 완전히 익은 밥인데 두 주걱 덜어낸 후 정수기에서 찬물을 가득 채워서 신문을 읽으며 후루룩 들이키듯 먹는다. 이제 냄비 밥의 마지막 코스인데 누룽지가 됐는데 노릇노릇 바삭하게 굽혀졌다.

 

주걱으로 두 번 긁어내서 맛보는 누룽지는 옛날 엄마가 해주던 손맛그대로다. 그리고 찬물을 냄비에 부어서 불을 켜 누룽지가 끓도록 해두고 신문 읽으면서 3분 정도 기다린다. 그리고 나는 오늘 점심의 마지막 코스로 뜨거운 물에 흐물흐물 변해버린 누룽지를 식혀 가면서 맛나게 먹었다. 식후 커피잔은 밥공기가 대신했다. 티스푼은 밥숟가락이 대신하고.


필자가 개척교회 전도사로 봉사하면서 어쩌다보니 교회 주방장 일까지 떠안게 됐다. 손위 누나와 형이 있는 막내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태 엄마 혹은 누나들이 해주던 밥을 먹다가 졸지에 20여명 성도들의 밥상을 차려주게 됐다. 적잖은 부담도 됐지만 부담감보다도 요리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나 할까. 즐기면서 그 일을 수년간 감당했다.

 

그러면서 콩나물을 삶고 무치거나, 싱싱한 무를 껍질을 벗겨내고 얇게 썰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매운 고춧가루로 무쳐주고 깨알들을 축복하듯 흩뿌리는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수육도 질 좋은 돼지고기의 앞다리 살을 사와서 뜨거운 물에 삶을 때 소주를 붓든지 월계수 잎을 넣어 고기냄새를 잡는 방법도 터득했다.

 

정치가 복잡하고 경제가 어려워 모두가 아우성치는 이때 필자는 행복한 밥상을 전달하는 축복의 사람이 되고 싶다. `요리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떠올리고 요리하고, 또 그 밥상을 차량으로 배달하고, 마지막으로 그 요리를 받아들고 기뻐한다면` 하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이것을 3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을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말 그대로 행복한 밥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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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4 [18:3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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