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소상공인 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는 울산경제진흥원의 지원자 모집방식이 이전에는 현장에서 신청을 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지원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대기 줄이 밤늦게까지 길게 이어졌었다. 이란 상황을 익히 아는지라 지원금이 필요한 지인에게 "하루정도 고생되더라도 밤샘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써서 빠른 번호표를 받으라"고 채근한 기억이 난다.
울산경제진흥원 1층 로비에서부터 2층과 3층 복도는 대기자들의 긴 줄로 가득 이어졌었다. 밤샘을 하기 위해 자리를 준비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대기하는 시간동안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려운 경제사정에 경영안전자금이 단비 같은 큰 힘이 된다는 걸 알 수도 있었다. 아침 7시가 되면 경제진흥원 직원들이 접수를 받기 시작했고. 늦게 도착한 대기자들에게도 임시번호표를 나주어 주면 그들은 입이 찢어질 듯 했다. 그러다가 번호표를 받아든 소상공인들이 복도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 지원금의 위력을 실감하곤 했다.
한번은 지인이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신청했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앞선 대기자들 중에 이미 여러 차례 지원한 사람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또 제때 돈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한 사람들이 순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늦게 도착해 신청에서 제외된다고 걱정하던 사람들 중 여럿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앞 사람들의 탈락이 가져온 이런 횡재에 어려운 소상공DLS들이 번호표를 받아들고 환히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울산경제진흥원 자금 지원 방식이 온라인 접수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일전에 새로 바뀐 온라인 신청은 10분 만에 마감이 끝나버렸다고 한다. 지원방식이 간편해진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울산 지역경제가 그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자금여력이나 경제체력이 약한 소상공인들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요즘 시민들의 분위기는 `이제 지역 경제가 다시 탄탄하게 일어서기보다 더 추락하지 말고 현상유지라도 하면서 버텨주길` 바라는 것 같다. 세계 조선 산업 1위를 자랑하던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은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곳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면서도 한편으로 자랑스러워했던 상징물이었다. 그 만큼 지역경제가 탄탄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상`이었으니까. 그런데 큰 글씨로 공장 벽면을 가득 채웠던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길`이라는 구절이 이제 공허하게 들린다.
산업화 고도 성장기에 서로를 희생하며 오늘에 올라서게 된 우리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역할을 담당했다. 그런 만큼 어려울 때 일수록 그 시절을 떠 올릴 필요가 있다. 노사가 서로 웃으며 출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일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쇄하는 지혜를 가지길 바란다. 극한 대립은 파멸을 불러올 뿐이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들리는 다툼의 소리가 화합과 상생의 웃음으로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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