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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계정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19/07/28 [16:12]
▲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농장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까치다. 그 다음이 옆집 과수원 할머니다. 숲에는 좁지만 예쁜 농로가 있고 띄엄띄엄 과수원과 목장이 보이는 산정 마을이다. 길가 키 큰 나무에 까치둥지도 보인다. 마을에서 바다가 보이고, 조선소 인부들의 구리 빛 팔뚝으로 내리치는 망치소리도 들릴 것 같다. 향수와 역동하는 산업현장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매입한 곳이다.

 

까치의 허스키한 고음의 노래는 덤으로 얻었다. 부외자산이다. 가을이 접어들자 옆집 과수원 할머니는 흠은 있지만 굵고 잘 익은 배를 광주리 째로 안겨주고는 까치를 욕하기 시작 한다. 인건비와 농약, 농자재, 비료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데 배 값은 몇 년째 그대로다. 온난화 현상으로 배 작황도 좋지 못한데 병충해도 심하다. 어렵게 길러진 잘 익은 배는 까치가 모두 쪼아놓는 바람에 도저히 농사를 짓고 살 수가 없다. 즙을 짜는 기계를 구입하려고 해도 만만치 않다.

 

그래봤자 성한 배의 반의 반값도 건질 수 없다. 허수아비도 세워보았고, 장대를 들고 깡통을 두드려도 소용이 없다. 죽은 까치를 긴 장대 끝에 메달아 까치들이 공포에 질리도록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더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대되면서 농업도 단순한 먹을거리 생산에서 상품생산으로 전환되었다. 생산체제는 시장생산체제로 바뀌고, 동업종간의 품질과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고 인간성은 황폐화되면서 까치밥 같은 정은 없어져 버린 지 오래다. 다만 까치도 관리의 대상이고 생산관리비용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과수원의 수익은 과일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유일하다.

 

생산량 확대와 높은 단가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른 봄부터 꽃따기, 적과를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최상의 상품을 만들어 수익의 최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추석 수요시기를 맞추기 위하여 성장촉진제 또는 성장억제제를 사용하여 생산시기까지 조작한다. 총수익에서 총비용을 차감한 금액이 클수록 순이익도 커진다. 배의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농약비용과 인건비의 상승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까치를 관리하는 비용이 추가되면 그 금액만큼 곧바로 적자가 되어버린다. 먼 곳에 있는 과수원에서는 십 분에 한차례씩 포성이 울린다. 그 과수원은 자동으로 십분 단위로 포성이 나도록 장치된 자동발사기다. 기기 값도 만만치 않은데 매일 몇 만 원의 화약 값이 든단다. 아마 가을 수확기가 끝날 때 까지 한 달은 족히 사용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몇 백만 원은 들 것이란다.

 

그 과수원에서 쫓긴 까치가 할머니 과수원으로 몰려들어서 죽을 맛이란다. 부담은 되지만 눈앞에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하지만 당장에 설치할 돈이 없단다. 생각 끝에 농협에 융자를 받아 기기를 설치하려고 그 과수원에 물어보니 그 과수원에도 처음 며칠은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설치 후 일주일부터 까치가 쫓은 배는 한두 개씩 늘어나고 이젠 총소리가 나도 까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배를 쫓는다고 했다.

 

실망한 할머니는 이제 할 수 있는 방법은 과수원 전체를 그물로 덮어 쉬우는 방법밖에 없단다.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단다. 까치가 나에게는 자산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비용일 뿐이다. 자산계정이 비용계정으로 바뀐 것이 까치뿐이겠는가. 까치집 넘어 내려다보이는 조선소도 경기도 예전 같지 않다.

 

조선업의 호황기에 후발주자 중국의 추격 우려에 대하여, TV에 출연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은 전문적인 노하우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인적자산이 있기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적자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업이 불황기인 요즘에 와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로 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적자산이 청산되어야 할 인적비용으로 변화된 것이다.

 

재무상태표의 계정을 손익계산서로 이전시키려 조선 산업 구조조정 중이다. 할머니와 나는 땅을 소유하는 목적이 달라 미물인 까치를 두고 비용과 자산으로 다르게 계정하고 있지만, 자유주의시장경제와 국가산업발전이라는 같은 경제 목적을 두고도 존엄한 인간을 자산과 비용으로 다른 계정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할머니의 과수원이 없어지고 조선소는 인적자산을 인적비용으로 바꾸면 과연 무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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