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릿하고 매운 하늘을 머리에 인 길이 멀미를 하듯 지나갑니다
직립의 시간 속 누구하나 말 걸어오지 않는 날
몸은 늘 가로로 누우려 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흰 바람만 푹푹 쏟아집니다
허공으로 길을 내던 고광나무 곁을 지나 천지간 뭉클한 그대의 집, 가는 길은 멀어서
겨울을 걸어가는 홍방울새의 눈 속에 숨겨두었던 오래된 말들이 등을 보이며 떠나갑니다
풍화되어가는 약속의 전언 나는 일찍이 입어본 일이 없는 납의 무게를 입고도
아직 그대를 기다립니다
한겨울, 까만 눈동자로 가득한 자작나무숲은 누구라도 철학가가 될 수 있는 철학의 숲이다. 고광나무 꽃향기를 보내주고 싶던 사람도 다시 불러올 수 있고 홍방울새에게만 들려주었던 그리운 말 하나도 금방 찾을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아직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를,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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