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움이 짙어 저주가 될라
 
권오성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8/11 [15:42]
▲ 권오성 칼럼니스트    

인간이기에 미워할 수도 있고, 미워했기에 용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미움의 씨앗을 뿌린 자가 미워한다고 돌팔매질이나 비수와 같은 흉기로 비행을 가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야 당연히 미움은 저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모께서는 함흥이 고향인데 1ㆍ4후퇴 때 남으로 피난을 와서 89세를 사시면서 고향의 부모 ㆍ 형제를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나셨다.

 

왜? 누구의 잘못인가? 이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참 지난 기사에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굴다리 밑에 피신한 피난민들에게 기관총을 쐈던 에드워드 데일리 씨가 찾아와 피해자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인간의 진실을 앞에 놓고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고통 속에 살아오신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AP통신의 보도를 보고 생존자가 있는 것을 알았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껴 기자에게 사실을 고백했었다는 데일리 씨는 군인으로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굴다리 속 피난민을 쏴라`는 명령에 여자와 어린이도 있다고 반문을 했지만 계속된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그 사람도 오랜 세월 양심의 가책을 안고 살아온 피해자일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다. 데일리의 진실한 인간미와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고 하는 말처럼 그가 사는 국가와 사회적 환경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치국을 잘못하여 수없이 많은 외침을 당했고 그것도 모자라 한 민족끼리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전란까지 자행하였다. 그렇게 중대한 죄악을 저지른 추악하고 쓰레기 같은 여러 부류의 인간들도 현재 지구상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데일리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민을 죽이도록 명령한 인간도 같은 국가 동일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적개심이 생긴다. 더 한 분노는 이렇게 숱한 세월 뜯기고 찧기는 고통과 아픔 속에 살아온 이 나라 사람이 이 땅에서 그 흔적들을 보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피와 땀, 눈물로 일구어 놓은 터전에 흠집을 내다 못해 민족의 뿌리마저 부정하려 하니 지구상에 이보다 더 어리석고 불쌍한 삶이 또 있을까 싶다. 데일리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한 노근리 사람들 그들이 간직하고 살아온 그 긴긴 세월 속에 아픔의 기억들이 약간은 흐려졌다고 하더라도 남은 통한이 그 짧은 만남으로 풀어질 수 있었던 것은 현재 만연해 있는 책임 회피성 언행과 불법을 적법으로 둔갑시키는 불신감에 던져진 청량제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예부터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를 않은가 미움이 쌓여 적개심을 갖게 해서야 되겠는가. 연기(緣起)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은 어느 하나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관된 관계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조건 없이 존재하는 것,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절대적인 것, 영원한 것, 무조건적인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이 연기법을 우리는 거역 할 수 없는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것은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작품 중의 일로 시가 각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름다운 인연을 읊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악연을 읊은 시였다면  그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어수선하면 할수록 악한 기운이 강해지다고 하는데, 특히 권력으로 오르내림이 무상하여 상반되는 경우도 빈번해지는 것 같다. 선하지도 못하고, 정직도 모르면서 성실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흠 되는 짓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사는 세상에 악연이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사람들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8/11 [15:4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