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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회> 고향집 마루
기사입력  2019/08/25 [15:20]   정성수 시인

참 많은 시간이 걸렸네
여기까지 오는데 발바닥 부르텄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마루 끝에 걸터앉았네
모처럼 귀향이라며 마루가 자리를 넓게 펴 주네
염치 불구하고 팔베개를 베고 큰 대자로 누웠지
가만 들려오는 저 소리
그 옛날 어린 발바닥들이 뛰어 놀던 소리
코찔찔이 고천이가 책보를 허리에 동여매고
마당을 가로질러 내 곁에 다소곳이 누워 있네
고천이가 내건 기계충이
태양이 되어 고향집 마루를 비추네
꿈속 같은 지난날을 더듬어 가는 동안
고향집 마루가 나를 태우고 대처로 나가네

 


 

 

▲ 정성수 시인    

어릴 적 고향집 마루는 참으로 넓었다. 마루에 걸터앉으면 대문 옆 감나무가 보였다. 감나무에는 까치 울음소리가 걸려 있었다. 처마에 걸린 하늘도 보였다. 마루에서 친구들과 장기를 두거나 누이가 고무줄놀이라도 할 때는 먼지 하나 티끌 하나가 없었다. 마루는 가을이면 고추를 말리고 호박꼬지를 말리는 곳이기도 했다. 씨알 좋은 옥수수자루들이 내년 수확을 위해서 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옆 벽에는 사진틀이 걸려있고 낡은 흑백사진에는 놀란 토끼눈으로 앞을 응시하는 막내 동생이 있었다. 마루는 날마다 해가 뜨고 밤이면 달이 뜨다가 별이 뜨기도 했다. 손님이라도 오면 마루에는 어김없이 술상이 올라앉기도 했다. 세월은 무심하게도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걸터앉게 했다. 귀에 익은 어머니 말은 들리지 않고 뒤꼍 대밭에서는 차운 바람이 돈다. 마루에 벌렁 드러누운 나는 이내 눈물겨워진다. 공기마저 썰렁한 것은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 고요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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